[횡설수설/권순활]로스레티넌과 리처드슨

일본 자민당 의원을 지낸 우쓰노미야 도쿠마(1906∼2000)는 김일성이 자주 만나고 극진히 대접한 정치인이다. 일제의 조선군 사령관으로 3·1운동을 짓밟은 우쓰노미야 다로의 장남이다. 그는 6·25전쟁을 북침이라고 강변하면서 북한을 미화(美化)하고 한국을 비난하는 데 앞장섰다. 1981년 김일성과 회견한 뒤 반한친북(反韓親北) 잡지 세카이(世界)에 실은 글에서는 평양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화도시’로 치켜세웠다. 북한을 ‘김일성 주석의 완전한 영도 하에 무력남진(南進)을 배제하고 긴장완화에 나서는 나라’라면서 김일성 우상화와 북한의 위장평화 정책 홍보에도 열을 올렸다.

▷이달 말 미국 뉴멕시코 지사에서 물러나는 민주당의 빌 리처드슨이 북한 외무성 제1부상 김계관의 초청으로 16일부터 북한을 방문한다. 리처드슨은 1990년대부터 몇차례 평양을 드나들며 ‘북한 비즈니스’로 정치적 위상을 높이려 애썼다. 북한이 그를 초청한 것은 천안함 공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국제사회에서 궁지에 몰린 상황을 타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다.

▷미 하원 차기 외교위원장인 공화당 의원 일리애나 로스레티넌은 지명 후 일성(一聲)으로 “불량정권(rogue regime)은 강경한 대응이 아니면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우방을 강화하면서 미국의 적들을 고립시킬 것을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을 착취하고 책임감 있는 국가로 행동하라는 요구를 거부하는 나라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말도 했다. 미국 행정부든, 의회든 대북(對北) 압박 기조에 차이가 없을 것임을 보여준다.

▷수많은 국민을 희생시킨 스탈린과 마오쩌둥은 가끔 유럽과 미국 지식인이나 정치인을 불러들여 ‘평화주의자’라는 환상을 심어주었다. 유화공세에 넘어가 공산 독재자들의 맨얼굴을 못 보고 평생 그들의 앵무새 노릇을 한 자칭 ‘진보적 지성(知性)’도 적지 않다. 김정일 정권도 외국인을 초청해 다양한 방법으로 환심을 사고 거짓 평화 공세를 한다. 한반도 사정을 잘 모르는 우방의 정치인들이 북의 전략에 넘어가 평양을 찾는 것은 북한의 긍정적 변화를 끌어낼 수 없고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 구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