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커스/말라비카 밤바왈레]환경보호는 아시아 전통문화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0일 03시 00분


조상과 부모의 가르침이었다. 서방 국가는 이를 수용한다. 그런데 왜 아시아인이 버리고 있는가. 환경 의식 말이다.

1980년대 인도의 삶은 오늘과 사뭇 달랐다. 가정에서 배출하는 쓰레기가 거의 없었다. 모든 것은 해질 때까지 사용과 재사용을 반복했다. 기차로 여행했고 음식을 낭비하면 혼쭐이 났다. 내 부모가 처음 미국을 찾았을 때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종이 휴지와 플라스틱 포크·나이프를 사용하는 일부터 가정에서 자동차와 전력을 사용하는 일까지 곳곳에서 보이는 낭비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서방 국가에 막 정착한 어린 인도인으로서 나는 구식 부모와 엮이길 거부했다. 그들은 다 쓴 포장용지를 접어 매트리스 아래 보관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상식이 되면서 내 부모와 같은 생활 태도가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부모 세대의 지혜와 단절됐다. 경제 성장으로 인도가 낙후국가에서 핵심 성장국가로 일어서면서 인도의 새로운 세대가 경제계 과학계 정계에 등장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동남아시아에서 인도 이민자는 부유층에 속해 있다. 우리는 이제 종이가방을 재활용하길 원치 않는다. 보존하는 것조차 원치 않는다. 낭비할 힘을 가졌을 뿐 아니라 심지어 과시하길 원한다.

태도 변화는 아시아 경제권 전체에서 나타난다. 태양 아래 나의 자리를 주장하려는 욕망, 지구를 똑같이 나눠 갖자는 주장이 동남아로부터 한국, 중국에 이르기까지 아시아를 관통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왜 보존해야 하는가? 모든 오염과 낭비에 대한 책임은 서방 국가에 있다. 이제 우리도 지구를 더럽힐 기회를 맞았다. 아무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

불행하게도 우리가 BMW를 사기 위해 줄을 설 때 게임의 법칙이 바뀌었다. 새로운 생활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석유를 펑펑 쓰는 자동차와 냉방장치가 필요한 유리건물, 물을 마구 쓰는 세탁기, 불필요한 포장은 설 자리를 잃는다. 2050년 무렵 지구 인구는 90억 명을 넘고, 그중 3분의 2가 도시 지역에 살 것이다. 우리의 라이프스타일로는 생존할 수 없다.

기회는 있다. 인도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인 인포시스는 10만 명 이상의 직원에 대한 조명, 냉방, 급수, 교통수단과 관련한 모든 측면을 새로 설계한다. 인도 군은 라다크에서 태양열 증기를 이용해 500명의 주둔군을 먹이고 있다.

르완다의 감옥은 3만 명의 수감자로부터 나오는 배설물에서 바이오가스를 생산해 요리를 하고 야채 농사를 위한 거름으로 쓴다. 라오스의 선라보브라는 기업은 가난한 사람에게 촛불보다 값싼 태양열 등불을 빌려준다. 아랍에미리트는 세계 최초의 ‘탄소 제로, 쓰레기 제로’ 도시인 마스다르에 오일머니의 상당수를 쏟아 붓는다. 싱가포르는 재생수로 만든 음용수인 뉴워터(NEWater)를 사용한다.

하지만 일부 아시아 정부는 이런 사고에서 뒤처져 있다. 5년 뒤면 개발도상국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모든 선진국의 배출량을 넘어설 것이다. 그냥 어깨만 으쓱하고 말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오래된 가치를 되살리고 삶의 양식을 다시 고민하고 변화할 기회를 사용할 것인가.

에너지 저소비 주택에 살면서 나무를 심고 아이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교육하며 백열등을 사용하지 않거나 선물을 신문지로 포장하는 것 등 기회는 많다. 아시아는 지속 불가능한 성장단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뿌리 깊은 보존의 전통을 갖고 있다. 이런 가치를 되살리는 일은 아시아인을 환경 문제의 트렌드세터로, 아시아적 삶의 가치를 다른 이들이 쫓아올 모범 사례로 만들 수 있다.

ⓒProject Syndicate

말라비카 밤바왈레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 연구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