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인화법이 우여곡절 끝에 8일 국회를 통과했다. 서울대는 2012년부터 사립대처럼 이사회를 꾸려 학교를 운영하게 된다. 관료조직의 통제를 받는 국립대학 체제로는 책임경영, 인사 및 회계제도의 개혁에 근본적 한계가 있었다. 서울대는 교수와 직원은 물론 청소와 경비 인력 인사까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주무르는 구조를 깨고 명실 공히 세계 일류대학으로 도약할 법적(法的) 물적(物的)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법인 서울대의 이사회에는 외부인사가 2분의 1 이상 참여해 사회적 요구와 급변하는 대외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서울대 발전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을 받던 직선제 총장 선출방식도 이사회에서 선임하는 간선제로 바뀐다. 교직원 신분도 공무원에서 법인 직원으로 전환된다. 미국 하버드대나 영국 옥스퍼드대 총장처럼 서울대 총장도 교수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필요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경쟁력 강화를 가로막고 있던 장애물이 사라진 만큼 서울대를 세계 최고 대학으로 만들 책임은 서울대로 넘어갔다. 서울대는 이달 중 외부인사가 절반 이상 참여하는 법인화 설립준비위원회를 구성해 법인화의 밑그림을 그린다. 오연천 총장을 비롯한 서울대 구성원들은 무한경쟁 속에서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는 그랜드 비전을 제시할 책무가 있다. 교수 업적평가와 승진심사를 강화해 연구역량을 높이고 해외 석학을 자유롭게 초빙해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국립대가 법인화할 경우 정부 지원이 축소돼 등록금이 인상되고 대학은 ‘돈 되는 학문’에 치중해 기초학문이 고사(枯死)할 것이란 일각의 우려가 있다. 서울대는 법인대학이자 국립대학인 만큼 기초학문 육성, 사회적 배려대상자에 대한 책임, 공익에 대한 기여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사립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학문의 특성화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서울대는 기초학문의 기반 육성이라는 사명을 외면해선 안 된다.
지방 국립대들은 서울대의 행보를 기대와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서울대는 지방 국립대의 모델이 될 만한 변화와 비전을 보여주기 바란다. 무엇보다 국립대라는 보호막 속에서 안주한 교수와 직원들의 자세가 바뀌어야 법인화에 따르는 자율과 책임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