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에는 의외의 인물이 미국 협상대표단에 나타났다. 나흘 동안 진행된 협상 테이블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하버드 로스쿨 친구였던 마이클 프로먼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협상대표 3명과 함께 등장한 것이다. 프로먼은 현재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부보좌관이자 국가안보회의(NSC)에서도 국제경제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협상 진행 상황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일일이 전화로 보고했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마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때(2007년) 타결된 한미 FTA를 ‘오바마의 물건’으로 완전히 탈바꿈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부시의 협상’에서 ‘오바마의 협상’으로
지난달 초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한미 FTA 협상을 타결짓지 못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근로자와 미국 경제를 위해 충분한 협정이 아니었다”고 결렬 이유를 밝혔다. 자동차와 쇠고기 분야의 결과를 염두에 둔 지적 같다. 미국 협상대표들은 ‘자동차는 미국의 정신’이라며 자동차 관세 철폐 시한의 유보를 고집했다고 한다. 추가협상 타결 후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내에서 정치적 성향을 불문하고 모두가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는 더 많은 선택을, 미국에는 더 많은 일자리를 의미한다”고 협상 결과를 평가했다. 이는 미국 내에서 한미 FTA의 비준이 순조로울 것임을 예상케 한다.
그러나 서울에 돌아온 우리 협상대표는 야당의 거센 반대에 부닥쳤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대통령 보고 직후 민주당을 찾아갔으나 보고할 필요도 없다며 문전박대를 당했다. 민주당은 내용을 보고받을 생각은커녕 무조건 반대하기로 당론을 정한 것이다. 보고를 받고 나서 반대하는 것보다 아예 반대하는 것이 더 강력한 반대의 표시라고 여긴 듯하다. 민주당은 “한미 FTA는 매국·굴욕협상”이라고 딱지를 붙였다.
손학규 대표는 “우리가 양보한 것이 3조 원이고 양보 받은 것은 3000억 원”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김동철 의원은 “5년 동안 5조 원은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 수출하는 완성차 관세 철폐를 4년 유보한 데 따른 관세 부담을 지적한 것이다.
관련 업계는 ‘고맙다’는데 야당은 반대
그러나 정작 자동차업계는 협상 내용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수출품 관세가 낮아지는 섬유업계는 “섬유산업 재도약의 기틀을 다질 수 있게 됐다”며 대환영이다. 미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져 한미 FTA 발효로 손해를 볼 수 있는 축협도 “쇠고기 추가 개방을 막아내고, 냉동 돼지고기 관세 철폐 시한을 늦추는 등 축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 노력에 고마움을 표한다”고 성명을 냈다. 한-유럽연합(EU) FTA 체결 때 강하게 반대했던 양돈협회도 한미 FTA에 대해서는 “양돈농가에 의미 있는 성과”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은 협상 결과를 비판하고 비준을 거부하는 근거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자동차업계를 비롯해 섬유 제약 축산 양돈업계가 모두 협상 결과를 환영하고 있는데 이들 야당은 누구의 말을 듣고 반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기업의 이해득실을 정확히 반영한다는 주식시장에서도 관련 업종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이해 당사자가 좋다는데 무작정 반대하니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 일본 정부와 업계는 한미 FTA 타결로 일본의 대미 수출이 크게 타격을 볼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의원들은 한미 FTA 발효로 영향을 받게 될 기업과 산업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보았는가. 한 번이라도 미국의 자동차 회사나 미국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양국관계를 진지하게 논의해 보았는가. 먼저 현장을 찾아가 보고 나서 진정 국민의 고충을 대변했는지, 당파의 이익보다 국가이익을 우선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무엇을 해야 할지 답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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