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류샤오보의 빈자리, 중국에 등 돌린 세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1일 03시 00분


중국이 잘살게 되면 민주화로 나아갈 것이라고 기대하던 세계는 지금 낙담하고 있다.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 나타나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해야 할 중국의 반체제 인권운동가 류샤오보 씨는 차가운 감옥에 갇혀 있었다. 노벨위원회는 중국에 항의하는 뜻에서 두 개의 빈 의자를 놓고 시상식을 거행했다.

중국 정부는 외교채널을 총동원해 각국 정부에 시상식 불참을 종용했다. 가족의 대리수상을 방해한 나치 독일보다 더하다. 오슬로에 대사관을 둔 65개국 중 한국 등 45개국 대사는 시상식에 참석했다. 류 씨의 민주화운동에 대한 지지이자 중국에 대한 항의라고 봐야 한다. 32년 전 중국 개혁개방의 문을 연 덩샤오핑은 ‘재주를 감추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르라’는 뜻의 ‘도광양회(韜光養晦)’를 유훈으로 남겼다. 그러나 중국은 지금 패권주의적 대국굴기(大國굴起)의 오만을 서슴없이 드러내고 있다.

중국이 너무도 빨리 문명국과는 거리가 먼 본색을 노출시키는 바람에 세계는 경계하는 빛이 역력하다.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전후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인도 인도네시아 한국 일본을 순방하며 우호 의지를 다진 것은 중국의 위협에 맞서려는 세계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표명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중국이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비호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연평도 포격과 우라늄 농축, 핵 확산 행위마저 옹호하고 나서자 러시아와 미국, 유럽연합(EU)과 미국의 관계가 한결 돈독해지는 양상이다. 중국은 류 씨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인터넷 검열과 민주화인사 탄압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자유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은 과연 이런 중국과 상생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영국의 언론인 마틴 자크는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이라는 책에서 중국의 경제규모가 세계 1위로 올라서는 2050년에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같은 서구적 가치와 질서에 맞지 않는 세상이 도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이 돈이면 다 된다는 ‘천민 자본주의’로 인권 탄압을 계속한다면 중국의 장래는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 세계의 민주 진영은 힘을 합해 일당독재와 부패, 국수주의와 오만으로 똘똘 뭉친 ‘중국의 세기’를 거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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