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택]송혜교 송승헌 헤어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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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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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모양만 봐도 ‘가을동화’를 보는지 안다. 사회주의 머리랑 다른 티가 난다.” 대북인권단체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10일 세미나에서 공개한 함경북도 회령 출신 20대 탈북자의 동영상 증언이다. 2000년 방영돼 ‘한류 열풍’을 일으킨 TV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인 송승헌과 송혜교의 헤어스타일이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이란 전언이다. 남한 인기 TV 드라마의 동영상이 북에 밀반입되기 시작한 지 10년 정도 되면서 북한 사회를 서서히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강동완 통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세미나에서 “북한 주민은 남한 (드라마) 영상을 보면서 ‘저런 나라에서 한번 살아봤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의식변화와 함께 문화적 모방을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남한 영상이 북한 주민의 의식을 변화시켜 탈북을 감행하는 촉매제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황해도의 휴전선 인접 지역과 평양의 고층아파트에서는 한국 TV를 직접 시청하거나 중국에서 밀반입한 다용도 TV 수신기를 이용해 시청하는 북한 주민도 많다.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김모 교수는 “일부 지역과 계층에서 남한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면서 ‘비공식 문화’가 나타나는 정도지 한류 열풍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가 전한 북한 내부 사정은 놀랍다. 북한 노동당 간부들 사이에는 집에 TV 냉장고 세탁기를 LG나 삼성 제품으로 통일시키는 것이 유행이고 간부 부인들은 설화수 같은 남한 화장품을 애용하고 있다. 데일리NK가 2008년 발표한 북한 상류층의 10대 인기 상품에는 남한의 쿠쿠 압력밥솥이 포함됐다. 북한 체제가 한류를 묵인하진 않지만 당 간부들의 집안 살림에까지는 단속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북한 당국의 철저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자유와 외부세계를 향한 주민들의 갈망과 호기심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동독이 서독에 흡수통일된 것은 동독 주민들이 평소 TV와 라디오를 시청하며 서독의 발전상을 알고 동경했기 때문이란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한류 DVD가 북한 땅으로 많이 흘러들어가게 한다면 주민의 여가생활을 돕고 자유세계에 자연스럽게 눈뜨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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