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에서 전북 장수를 거쳐 경북 포항에 이르는 동서고속도로 건설 예산도 ‘형님예산’으로 봐야 할까. 한나라당이 8일 단독 처리한 2011년도 예산안 가운데 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 관련 예산으로 분류한 9개 사업의 기준을 따른다면 이것도 형님예산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열거한 ‘형님예산’ 내용에는 이 고속도로 예산은 들어 있지 않다. 동쪽 끝으로만 보면 ‘형님예산’이지만 서쪽 끝(군산)으로 가면 ‘강봉균 예산’이고, 중간 지점(장수)에선 ‘정세균 예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인가. ‘형님예산’으로 분류된 예산에는 11명의 국회의원이 관련돼 있다. 이런 예산을 모두 ‘형님예산’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합리적 비판이라고 보기 어렵다.
민주당은 ‘4대강 예산 2조 원 이상 삭감’을 포함한 예산수정안을 내고 추경예산 편성도 요구할 계획이다. 예산안 심의를 가로막아 파행 처리를 유발한 민주당이 확정된 예산안의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위선적 정치공세다. 추경 편성도 국가재정법상 엄격히 요건이 제한돼 있는 데다 제출권이 정부에 있어 여야 간 대화와 토론이 전제돼야 한다. 민주당이 국회를 통과한 아랍에미리트(UAE) 파병안, 서울대 법인화법 등 주요 법안들의 폐지와 수정을 요구하는 것도 의회민주주의 원리를 부정하는 반(反)헌법적 행태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난맥상과 무능함을 드러냈다. 8년 만에 처음으로 예산안을 회기 중에 처리한 것은 나쁜 관행의 교정이란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민주당에 질세라 복지공약을 남발해 기대를 잔뜩 부풀려 놓고선 정작 구체적 항목은 챙기지 못했다. 통과된 복지예산(86조4000억 원)을 보면 정부안보다 1200억 원 순증(純增)했고, 전체 정부지출 중 복지예산 비중도 27.9%로 역대 예산 가운데 가장 크다. 그러면서도 영유아 필수예방접종비와 하위 70% 양육수당 같은 예산은 미반영 사유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허둥댔다.
이상득 의원은 대통령의 형이 아니었다면 유치할 수 있었겠나 싶은 예산을 대폭 늘려 ‘형님예산’ 낙인찍기의 빌미를 줬다. 템플스테이 예산만 해도 185억 원에서 63억 원가량 축소하면서 사업이 종료되는 해라는 점을 비롯해 전후맥락을 제대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이가 없었다. 불교계에서 반발하니까 그제야 기금 전용 방안을 강구했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잘나가는 한식당들이 이미 들어서 있는 미국 뉴욕에 한식세계화를 위한 한식당을 개설하는 데 50억 원을 국가예산으로 지원토록 한 것도 효율성을 따지지 않은 예산 배정이다.
욕심만 앞서고 철학도, 원칙도, 방법론도 실종된 당정(黨政)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자기 집 살림이고 자기 돈이라면 한나라당과 정부 관계자들이 이토록 엉성하게 예산을 주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 171명 가운데 309조 원의 예산안을 제대로 들여다본 사람이 몇이나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