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규인]대교협, 입시업체 손발 묶지 말고 당당히 승부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6일 03시 00분


“요즘 대교협(한국대학교육협의회)은 교과부(교육과학기술부)에서 만든 입시업체 같다니까.”

대교협이 잇달아 ‘입시업체 견제 방안’을 내놓으면서 교육 담당 기자들 사이에서 종종 들리는 말이다. 대입 업무는 대교협이 홈페이지에 소개한 주요 업무 10개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요즘은 아무리 봐도 대교협이 영국 UCAS처럼 대입 업무만 맡는 기관 같다.

입시업체에서는 오래전부터 대학입시 요강 등 입시 정보를 분석해 입시 설명회도 열고 진학 컨설팅도 실시했다. 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후에는 가채점 결과를 취합해 학생들이 성적표를 기다리는 동안 입시 전략을 짤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이런 ‘영리 행위’를 모두 금지하겠다는 게 대교협이 UCAS가 된 이유다. 그 대신 자체 입시 설명회, 무료 컨설팅 등을 통해 대입 업무를 공교육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게 대교협의 계획이다.

그 의도는 나무랄 데 없이 좋다. 문제는 ‘얼마나 잘할 수 있느냐’다. 대교협은 올해 처음으로 수능 영역별 등급 구분 점수(원점수 기준)를 내놨지만 사설 업체들보다 하루 늦었다. 이미 업체들이 내놓은 자료를 접한 학생들의 눈길을 끌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사설 업체들과 큰 차이를 보이는 자료도 아니었다. 처음 실시한 입시 설명회 풍경도 사설 업체와 엇비슷했다. 그동안 입시업체가 터무니없는 정보로 수험생들을 현혹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사설 업체들이 오랫동안 노하우를 개발한 레이스에서 ‘풋내기’ 대교협이 승리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공정한 경쟁이 필요하다. 경쟁자들의 손발을 다 묶어놓고 결승선을 홀로 먼저 통과한다고 해서 승리를 축하할 관중은 없다. 특히 “내 뒤에 진짜 무서운 형 있다”고 큰소리치는 와일드싱(Wild Thing)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입시업체를 너무 구석으로 몰아 ‘정보 격차’가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도 우려된다. 입시업체가 음지로 숨어들면 수험생들의 경제적 부담만 늘어날 확률이 높다는 건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한 일이다.

대교협이 정말 자신 있다면 말로만 “우리가 제일 정확하다”고 할 게 아니라 경쟁에서 승리해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을 받으면 된다. 그러면 일부러 손발을 묶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문을 닫는 사설 업체가 나올 것이다. 그게 이 정부가 그토록 외쳐온 자율과 경쟁이고, 자본주의 시장의 기본 원리 아닌가. 대교협은 이제라도 입시 레이스의 최종 승자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길 바란다.

황규인 교육복지부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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