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가 가장 썩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6일 03시 00분


국민권익위원회가 10, 11월 일반국민과 공무원 기업인 외국인을 대상으로 ‘부패인식도 조사’를 했더니 부패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한 분야로 ‘정당 및 입법’(56.6%·복수 응답)이 지목됐다. 이달 초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신뢰도 조사에서도 국회는 5점 만점에 2.33점으로 9개 주요 기관 중 최하위였다.

청목회 입법로비 사건도 국회 및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심화시킨 최근 사례다. 국회의원들이 후원금을 받고 법을 만든 실태가 수사를 통해 드러나자 여야는 후원금에 대해선 뇌물성 유무를 따지지 못하게 하는 입법을 시도하다 미수에 그쳤다. 여야는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에게 편법으로 지급하던 지원금을 매달 120만 원씩 법에 따라 평생 지급하도록 제도화한 헌정회 육성법도 슬그머니 통과시켰다. 예산안 통과를 놓고 여야 의원들이 육박전을 벌이면서도 세비(歲費)를 5.1% 올리는 데는 의기투합했다. 재작년 18대 국회 첫해부터 ‘망치국회’로 시작해 이달 8일 예산안 처리 충돌에 이르기까지 폭력 시연장(試演場)을 방불케 한 일련의 소란도 불신을 키웠다.

적잖은 여야 실세(實勢) 의원과 예산 계수조정소위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나 특정 동료 의원 지역구와 관련 있는 예산을 반영시키는 데 열을 올렸다. 다음 선거에서 당선을 따내기 위해 국정의 우선순위는 아랑곳없이 지역구 예산 퍼가기 경쟁이 치열했다. ‘한정된 예산의 합리적 배분’이라는 재정 원칙은 실종되고 공(公)을 빙자한 사익(私益) 추구만 횡행했다. 이 점에서는 야당 의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래 놓고 민주당은 예산안 통과를 몸으로 막다가 실패하자 농성과 전국 순회 집회를 하고 있지만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선전전에 대해 국민의 반응은 차갑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에서 복지예산이 올해와 비교해 최소 120개 사업에서 2조880억 원 삭감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회를 통과한 실제 복지예산은 당초 정부안보다 1214억 원 증액된 86조4000억 원이고 전체 예산 대비 복지비중도 28.0%로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게 정부의 반박이다. 민주당은 상임위에서 증액 요구한 것을 반영하지 않거나 올해보다 줄어든 금액을 무조건 삭감액으로 계산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예산의 진실’을 조목조목 밝히지 못한 채 내분 양상을 보이는 것도 한심한 일이다. 국가운영 기본방향을 국민에게 납득시키려는 용기와 능력이 없고 노력도 하지 않는 여당이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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