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후반 너도나도 코미디언 심형래의 ‘띠리리 리리리∼’를 따라 하던 시절이 있었다. 덜떨어진 영구가 방문을 열고 “영구 없∼다”를 외치고 다시 방문을 닫으면 시청자들은 뒤집어졌다. 영구는 심 씨가 드라마 ‘여로’에서 탤런트 장욱제가 맡았던 영구를 재해석한 바보 캐릭터다. ‘영구 없다’ 대사는 작고한 이주일의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만큼이나 인기를 끈 유행어로 남았다.
▷영구가 20여 년 만에 영화 스크린을 통해 부활한다. 심 씨가 195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영구 캐릭터를 등장시켜 만든 영화 ‘라스트 갓파더(The last godfather)’가 30일 개봉한다. 전설적 마피아 대부가 숨겨놓은 아들이 영구였다는 설정으로 ‘미스터 빈’과 같은 슬랩스틱 코미디(주인공이 넘어지고 깨지면서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저수지의 개들’ ‘택시 드라이버’에 출연했던 명배우 하비 케이틀이 대부 역을 맡는 등 출연진이 화려하다. 올해 52세로 영구 역을 맡은 심 씨가 어떤 연기를 선보일지 관심이 높다.
▷그동안 영화제작자 심형래에 대한 평가는 혹독했다. 충무로는 심 씨가 ‘영구와 땡칠이’ 등 어린이용 B급영화를 찍을 때부터 ‘굴러온 돌’ 취급을 했다. 그에 대한 비판은 2007년 상당한 제작비를 투입한 ‘디 워’를 개봉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디 워’는 화려한 컴퓨터그래픽에 비해 스토리가 엉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좌파 인사들이 ‘화려한 휴가’와 같은 시점에 나온 ‘디 워’에 대해 작품의 완성도와 애국주의 마케팅을 문제 삼아 비판적인 여론 몰이에 나섰다. 하지만 ‘디 워’는 국내 관람객 800만 명을 돌파해 흥행에는 성공했다.
▷자신의 말처럼 코미디에서 ‘얻어맞으며’ 돈을 벌었던 심 씨는 할리우드에 수출하는 최고의 영화를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1999년엔 ‘신지식인 1호’로 선정됐지만 영화 ‘용가리’가 실패하자 사기꾼 취급을 받기도 했다. ‘라스트 갓파더’ 예고편을 보며 필자는 옛 기억이 떠올라 배꼽을 쥐었지만 영구 캐릭터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층과 미국에서도 이 영화가 통할지는 미지수다. 아무튼 심 씨의 끝없는 도전정신은 높이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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