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에 관한 글을 보다가 눈에 들어온 단어다. 수명으로 볼 때 개의 1년은 인간의 7년에 해당하는데 변화가 극심한 정보기술(IT)업계나 인터넷 비즈니스계는 개의 나이가 적용된다는 뜻이다. 뒤집어 말하면 1년 늦으면 7년 뒤처진다는 얘기도 된다.
최근 신문방송편집인협회의 도움으로 미국 유수의 언론이 뉴미디어시대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둘러볼 기회를 얻었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CBS 등 신문방송 현장을 방문했다. 신문사의 온라인 부서에서 일하는 처지에서 특히 신문사들의 발 빠른 대응이 흥미 깊었다. 과거 올드미디어로서 세계적 입지를 차지했던 이들은 적극적으로 뉴미디어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종이신문과 인터넷, 모바일, 동영상을 아우르기 위한 통합뉴스룸은 이미 기본. 탁상공론이 아니라 업무공간과 조직의 통합을 통해 효율적인 ‘원 소스 멀티유스’ 체제를 갖춰나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진통도 적지 않았다는 고백도 들을 수 있었다.
통합뉴스룸의 가장 큰 고민은 신문기자들의 ‘마인드 전환’ 문제였다. 가령 하루 한 번 하던 마감을 수시로 해야 하는 변화를 받아들이기란 누구라도 쉽지 않다. 지난해에야 통합뉴스룸을 만든 워싱턴포스트도 인터넷과 신문의 조직문화가 달라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극복 비결은? “최근 몇년간 수만 명의 기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이런 현실을 무시할 기자는 많지 않다.” 과연,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온라인뉴스 유료화에 적극 나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었다. 앨런 머리 부국장 겸 온라인 편집국장에 따르면 유료 온라인 독자는 약 100만 명. 이 중 50만 명은 온라인 단독 독자, 50만 명은 종이신문을 함께 읽는 독자다. 온라인 부문 매출 연 2억5000만 달러(약 3000억 원) 중 절반은 구독료, 절반은 광고에서 온다. 특이한 점은 아이패드 등장 이후 신규 독자 2만7000명이 유료(연 200달러)로 아이패드 앱을 내려받은 것. 회사측은 이들을 미래 이익창출의 핵심으로 보고있다.
그간 이 신문의 유료화 성공 비결은 경제 전문지이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머리 국장은 고개를 저었다. “관건은 독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주느냐다. 스포츠 전문 채널인 ESPN, 유료회원제로 운영되는 ‘컨슈머 리포트’처럼 가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면 독자는 지갑을 연다.”
언론사 탐방에 앞서 연수한 노스캐롤라이나대 저널리즘 스쿨에서는 웹사이트 디자인부터 멀티미디어 편집법, 온라인 보도, 효율적 광고를 위한 아이트래킹 조사 등 심리학과 인지과학의 최전선을 달리는 연구가 온라인뉴스를 위해 이뤄지고 있었다. 이런 세세한 내용은 모두 전직 저널리스트들이 생생한 현장 경험에 기반해 가르친다.
저널리즘을 떠받치던 비즈니스 모델은 붕괴했고 ‘도그 이어’가 적용되는 시대. 이들은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시대의 명제에 따라 노력하고 있었다. 당연한 듯 이들을 바라보던 내게 좀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이들이 아등바등 지키려 하는 것은 자신의 일자리, 회사, 어제까지의 생활이기도 하지만 결국 저널리즘의 자존심이 아닐까 하는. 좀 다른 맥락의 대화였지만 국영라디오방송(NPR)의 한 관리자에게 ‘왜 그런 쓸모없는 작업을 하느냐’고 질문하자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라 답하던 당당한 목소리가 참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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