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民·軍·政‘非常한 단합’으로 北도발 제압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1일 03시 00분


대한민국 군이 어제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실시한 사격훈련은 서해 5도와 영해 수호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고 북한의 도발을 한 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확인했다. 우리 군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以南) 우리 수역(水域)에서 벌이는 통상적인 훈련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11월 23일 북한이 저지른 연평도 포격 도발 때문이다. 사격훈련이 무사히 종료되기는 했지만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군은 한시도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우리 군은 어제 K-9 자주포와 105mm 견인포, 벌컨포, 81mm 박격포를 동원해 연평도 서남방으로 포탄을 발사했다. 정부는 앞서 18∼21일에 사격훈련을 실시하겠다고 예고하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에도 통보했다. 통상적인 사격훈련이지만 북한의 경거망동을 막기 위해 주변 강대국들에 알리고 훈련을 준비한 것이다.

북한은 대남선전기구를 총동원해 “사격훈련을 하면 핵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극언(極言)을 서슴지 않았다.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핵을 보유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럽거니와 핵사용은 김정일 정권의 최후를 스스로 재촉하는 길이다. 우리 군의 사격훈련은 핵전쟁 협박까지 동원해 NLL을 무력화하려는 김정일 집단의 공세를 차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軍事모험주의 北체제’ 변화시켜야 平和가능

북한은 우리 육해공군의 정례적인 ‘호국훈련’을 공격행위라고 트집 잡아 연평도 도발을 감행했다. 새로 취임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북이 도발하면 자위권 행사를 통해 적 위협의 근원을 제거할 때까지 강력히 응징하겠다”고 여러 차례 다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막대한 응징’을 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북한이 다시 도발하면 도발 원점(原點)을 박살내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북한 정권을 흔들어 궁극적으로 무력도발 야욕과 모험주의의 뿌리를 뽑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평화정착 방안이다.

북한은 우리 군의 사격훈련에 맞춰 방북 중인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에게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복귀 허용 방침을 흘렸다. 북한은 핵연료봉의 외국 반출과 1만2000개의 미사용 연료봉 판매 협의에도 동의했다고 CNN이 전했다. 북한은 그동안 멋대로 사찰단 추방과 복귀를 되풀이했다. 2009년 4월 사찰단을 추방하고 한 달 뒤 2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이번에도 원하는 만큼 핵개발을 진전시킨 뒤 국제사회의 경계심을 풀고 남한의 혼란을 부추기기 위해 사찰단 카드로 장난을 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북한이 원하는 곳을 보여 준다는 식의 사찰단 복귀는 별 의미가 없다”고 밝힌 것은 적절한 대응이다.

러시아는 19일(현지 시간)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남북한에 자제를 요청했다. 러시아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 때는 가만히 있다가 우리 군의 사격훈련을 트집 잡아 안보리 개최를 요구했다. 다른 이사국들이 러시아를 설득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비난하는 내용을 성명에 담기로 합의했으나 15개국 가운데 중국이 유일하게 반대해 안보리는 아무런 결론 없이 끝났다.

安保일선 흔들고 敵돕는 세력, 용서 못한다

정부는 북한의 다각적인 공세와 중-러의 북 편들기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의 단합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은 어제 “북한은 국론이 분열됐을 때 우리를 넘본다”면서 “튼튼한 안보라는 것은 튼튼한 국방력에만 있는 게 아니다. 최상의 안보는 단합된 국민의 힘에 있다”고 강조했다. 남한의 국력은 북한의 40배나 된다. 그러나 경제력과 국방력이 아무리 강해도 국론이 분열되면 안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어제 공개적으로 사격훈련에 반대했다. 그는 국군과 민간인에게도 생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사격훈련이라는 주권행사 포기야말로 북의 협박에 무릎을 꿇는 꼴이다. 거꾸로 생각해보라. 우리가 천안함 때 당하고 연평도에서 또 당했는데 이번에도 북-중-러의 연대 위협에 주눅 들어 사격훈련도 제대로 못하면 북의 사기만 올려주고 또 다른 도발을 불러들이게 될 것이다. 지금 같은 국가안보 위기에서 국론을 분열시키는 행위는 적을 돕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가 손 대표의 발언을 ‘비겁한 패배주의’라고 비판한 것은 옳은 말이다.

독일의 침공으로 2차대전이 시작된 뒤 영국 전시내각 총리가 된 윈스턴 처칠은 첫 의회 연설에서 “(승리를 위해) 나는 피, 수고, 눈물, 그리고 땀밖에는 달리 바칠 것이 없다”는 말로 결연한 의지를 표현했다. 여야 지도자들은 북한이 도발하면 국가를 위해 무엇을 바칠 것인지 진정으로 헤아려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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