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야구 공짜표’에 벌금 7000만 원 물리는 美공직윤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3일 03시 00분


데이비드 패터슨 미국 뉴욕 주지사가 프로야구 티켓 5장을 양키스 구단에서 공짜로 받았다가 뉴욕 주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7000만 원이 넘는 벌금을 부과 받았다. 패터슨 지사는 공짜 표로 측근 2명과 10대 아들, 그리고 아들의 친구를 데려갔다. 그는 원래 경기 전 행사에 참여하기로 돼 있었다. 향응과 공짜 문화에 익숙한 우리의 시각으로 보면 행사에 참여해준 주지사에 대해 “그 정도는 예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뉴욕 주 윤리위는 “주지사가 경기 전 행사에 참여한다는 것으로 무료 표를 얻을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면서 5장 표값(245만 원)의 약 30배나 되는 벌금을 물렸다. 일부 시민단체는 패터슨 지사가 자신의 잔여 선거후원금으로 벌금을 내지 못하게 해달라고 뉴욕 선관위에 요청했다. 공직자에 대해서는 아무리 사소한 윤리 위반이나 금품 수수라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곳이 미국이다.

미국 국회의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해외여행 출장비를 남겨 개인용 선물을 사거나 가족여행 경비로 쓴 6명의 하원의원이 국회 윤리위에 제소됐다. 하원 재무위 소속 의원 3명은 금융개혁법안을 통과시킬 때 후원회를 열었다는 이유만으로 국회 윤리위 조사 대상에 올랐다.

우리의 현실은 비교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다. 민선 4기(2006∼2010년) 지방자치단체장 230명 가운데 101명(44%)이 각종 비리로 기소됐다. 이대엽 전 성남시장은 친인척까지 동원해 15억 원 상당의 뇌물을 챙겼다. 그의 집에서 1200만 원짜리 위스키를 비롯해 포장도 뜯지 않은 고급 넥타이와 명품 핸드백 수백 개가 발견됐다. 지방자치가 아니라 ‘비리 자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청원경찰법 입법 로비와 관련해 불법 후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여야 국회의원들은 관행이라며 거꾸로 큰소리친다. 사례조로 10돈의 황금열쇠를 받은 의원도 있다. 의원들은 검찰의 후원금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법 개정까지 시도했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이 국민 세금으로 외유성 해외시찰을 가거나 기업과 단체로부터 협찬을 받아 공짜 해외여행을 하는 경우도 있다. 국회 윤리위는 장식품이 된 지 오래다.

국민소득이 높아진다고 저절로 선진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고위 공직자들이 도덕적 책무를 엄격히 지키는 나라라야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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