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천수]中과 거리 좁힐 네트워크 만들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3일 03시 00분


천안함 폭침에 이은 연평도에 대한 무차별 포격 등 북한의 만행이 거듭되는 상황에서 연속 게재된 동아일보의 ‘중국, 알아야 전략 세운다’ 특집기사는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한 국제정세와 관련해 많은 시사점을 준다.

기사는 여러 분야에서 우리에게 큰 영향을 주는 국가 중 하나가 된 중국에 대해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짚어주며 새로운 인식과 함께 한중관계가 나아가야 할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쑤저우와 하얼빈에 캠퍼스를 두고 중국전문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중국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의 총장으로서 한중 양국관계가 더욱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몇 가지 첨언을 하고자 한다.

‘안 보고, 안 듣고, 모른다’편에서는 넓고도 깊은 중국과의 연관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중국과 관련된 심도 있는 연구가 부족함을 지적했다. 필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국연구를 권역별로 세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포괄적이고 막연한 중국연구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중국은 중화라는 큰 틀 아래 각각 지역적인 특색이 상존한다. 베이징, 상하이와 광저우는 중국을 대표하는 도시라는 공통점만큼이나 지역적 특색을 띤다. 이제 중국전문가라는 포괄적이고 모호한 개념보다는 ○○지역 △△분야 전문가라는 구체적이고 정확한 표현이 더 효과적인 대응전략을 도출하는 데 유용하다. 우리 대학이 남방과 북방에 각각 별도의 캠퍼스를 둔 것도 지역에 따른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다.

이 시리즈는 또 중국 외교 전문인력이 없으며, 민간외교의 네트워크가 좀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중국 사회의 이너서클(Inner Circle)에 들어갈 인재를 배양해야 한다. 예를 들면 우수한 한국 젊은이가 중국 내 대학에서 더 많이 공부하도록 정부와 대학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우리와 남의 구별이 엄격한 중국인은 중국어가 서툰 낯선 인물이 아닌 자국에서 유학한 한국인이 한중관계에 앞장설 때 비로소 신뢰를 보내며 진정으로 마음을 열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중국에서 유학한 수천 명의 인재를 선별해 분야별로 한중관계의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있다. 이들과 유학시절 캠퍼스에서 함께 자전거를 타고 도시락을 나눠먹던 오랜 중국인 친구들이 바로 지금 중국사회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한중 양국이 서로를 보는 관점에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우리는 남북 분단의 상황 아래 중국과 미국을 비교하면서 중국이 합리적으로 우리를 이해하고 지지해주길 바란다. 이에 반해 중국은 한국이라는 국가 이미지에 미국의 모습을 중첩하여 보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역사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아직까지는 북한이 거북스럽더라도 옹호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한중 외교와 교류는 실리와 명분이 병행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이런 연유로 우리는 비공식 라인도 외교의 실체로 인정하면서 지금이라도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중국전문가를 물색하고 배양하는 일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중국을 만만하게 보지 마라’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중국인을 그저 유교문화권의 아시아인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미국 유럽국가와의 경쟁을 생각하며 노력하는 선진 국민으로 인식을 바꾸어야 하며 선린(善隣)국가로 인정하고 여러 분야에서 동반성장을 모색하는 혜안을 키워야 한다.

이천수 대진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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