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건국 이래 60년간 걸어온 발전과정을 담은 ‘한국경제 60년사’ 발간 기념 세미나가 3일에 있었다. KDI를 비롯한 국내 19개 연구기관에서 전문가 150여 명이 참여해 우리 경제의 개발사를 3500여 쪽(5권)에 집대성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강만수 경제특별보좌관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은 후진국에서 선진경제권에 진입한 한국을 3000년을 유랑하다 건국한 이스라엘과 더불어 인류사회의 두 기적이라고 말하고, 한국경제 60년사를 성경에 비유하면서 깊은 의미를 부여했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신흥 및 개도국이 참고해야 할 경제 분야의 바이블로 평가한 것이다.
국내외 많은 학자는 한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이 6·25전쟁과 같은 역경을 이겨내고 이룩한 기적이라고 평가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국경제가 눈부신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핵심요인은 무엇일까. 미국과 구소련이 양대 축으로 대립하던 냉전시대에 시장경제로 압축할 수 있는 자본주의를 우리의 경제체제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역사적 경험은 시장경제가 경제발전의 충분조건은 아닐지라도 최소한의 필요조건임을 말해준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의 모체였던 중국과 구소련을 포함해 많은 사회주의국가가 체제 전환을 통해 시장경제를 운용한다.
그리고 이제 세계는 냉전시대의 체제 경쟁에서 벗어나 경제 문제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가의 생존 조건이 정치·군사력에서 경제력으로 대체된 것이다. 이러한 시대상황 속에서 세계 최대시장을 가진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이 타결된 사실은 큰 의미가 있다. 관점에 따라 협상 결과를 달리 평가할 수 있겠으나 중장기적 관점과 시대의 흐름에서 보면 의미를 결코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자동차 등 관련 단체의 이해당사자가 환영 논평을 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3년 반 전에 타결해 놓고도 잠자던 한미 FTA를 깨워 협정 발효를 앞당길 계기를 마련한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 추가협상으로 나타날 단기적인 손실보다 한미 FTA 발효 지연으로 인한 중장기적 손실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연평도 포격 도발사건에서도 보듯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안정이 절실한 상황에서 한미 안보동맹 강화가 가져다주는 유형무형의 이익을 간과할 수 없다.
이제 우리나라는 유럽연합(EU)과 미국이라는 거대시장을 경제영토로 두는 전기를 마련했다. 주변 경쟁국과의 시장선점 경쟁에서 한발 앞서는 것으로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일이다. 우리나라 수출액 규모가 세계 7위를 기록할 수 있었던 데는 기술개발을 통한 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더불어 지속적인 시장 확대가 주효했음은 주지의 사실이 아닌가. 한국경제는 지난 60년간 기적 같은 성과를 이뤄냈다. 앞으로 60년이 지난 후에도 한국경제가 현재와 같은 평가를 받으려면 FTA를 통해 전 세계를 경제영토로 만드는 노력을 지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FTA는 기회만 제공할 뿐 이익을 저절로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기회를 얻는 노력과 함께 그 기회를 잘 활용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한국경제는 한때 결코 넘지 못할 벽처럼 보였던 일본의 조선 반도체 산업을 압도하고 자동차는 턱밑까지 따라잡았다. 국민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가 합심해 이룬 결과였다. 우리의 저력을 감안해 볼 때 지금은 한미 FTA 추가협상을 놓고 목전의 손익계산서에 급급하기보다 앞으로 미국시장을 어떻게 공략해 나갈 것인지 중장기적인 전략을 짜고 전 국민적인 지혜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피해가 우려되는 농어업 분야 등에도 지원책을 마련함과 아울러 이들 산업을 고기술과 고기능성으로 무장해 광활한 경제영토를 개척하는 데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한미 FTA 추가협상 타결이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의미는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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