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 대표감 그리도 없으면 차라리 영입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4일 03시 00분


북한의 연평도 도발 직후 연평도에서 보온병을 포탄으로 오인해 망신살을 사더니 이번엔 ‘룸살롱 자연산’ 발언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여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성형수술을 하지 않은 여성을 ‘자연산’이라고 표현하며 “요즘 룸(살롱)에 가면 오히려 자연산을 찾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공인으로서 입에 담을 말이 아닐 뿐 아니라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했다. 연평도 포격으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집권당 대표가 여성 비하적 표현을 하며 노닥거릴 때인가.

병역기피 의혹을 받으며 한나라당 대표에 취임한 그는 불과 4주일 전 보온병 발언에 이어 또 구설수에 휘말렸다. 자신이 무슨 실수를 저질렀는지 인식하지 못하는 듯한 태도가 더 문제다. 그는 보온병 발언에 대해 “처음에는 걱정했는데 이제는 괜찮더라. 보온병 때문에 이미지가 부드러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잇따른 실언으로 안 대표는 점점 시중의 조롱거리가 돼 가는 느낌이다. 대표가 이래서야 여당이 정상적으로 굴러가고 국정 담당 세력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강한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제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일부 의원의 대북정책 관련 발언도 국민의 우려를 자아낸다. 남경필 의원은 “햇볕정책이 상당한 성과가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구조적인 평화체제를 마련하자”고 주장했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긴장 완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면서 “강경 일변도인 대북라인과 외교라인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들은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 10년 동안에 구멍이 숭숭 뚫려버린 국가안보를 바로잡아 달라며 정권을 맡겨준 유권자들의 요구를 기억조차 못하고 있는 듯하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 현 시점에 자신들이 서 있는 곳이 어딘지, 국정을 어디로 끌고 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국가 운영의 중책을 맡고 있다니 위태롭기 짝이 없다.

공천이나 자리 챙기기에는 필사적이고,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내부에서 총질까지 서슴지 않으면서도 정작 목숨을 걸고 국민 앞에 나서야 할 때는 딴소리를 하는 한나라당 사람들의 웰빙 체질은 불치병인가. 안 대표는 스스로 거취를 고민하고, 한나라당은 우리 내부를 제대로 결속시킬 방안을 고뇌해야 할 때다. 한나라당 안에 대표감이 안 대표 정도의 수준밖에 없다면 차라리 외부에서 대표를 영입해 오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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