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결국 평신도들의 배척 대상 된 ‘운동권 사제단’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4일 03시 00분


정진석 추기경의 용퇴를 요구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정구사) 사제들에게 평신도들이 ‘순명(順命)의 원칙을 저버린 일’이라며 ‘교회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한국천주교 나라사랑기도회 회원들은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생명 환경 평화의 가치를 왜곡 과장해 좌익 활동과 정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전국 평신도들에게 정구사 소속 사제가 미사를 집전하는 것을 거부하자고 제의했다. 추기경과 일부 사제, 그리고 일부 사제와 신도 사이에 갈등과 반목이 커지는 작금의 사태는 한국 천주교의 장래를 위해 걱정스럽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발단은 정구사 사제들의 성명과 행동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구사 사제들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쇠고기라는 근거 없는 주장에 동조해 촛불미사를 집전하는가 하면 주한미군 철수, 평택 미군기지 건설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반대 같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국책사업을 방해하는 데 앞장섰다. 정구사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희생된 장병과 국민을 위해 기도한 적도, 북한의 시대착오적 권력세습과 인권 참상에 대해 거론한 적도 없다. 평신도들이 오죽하면 ‘한국 천주교회는 하느님을 부인하고 복음을 거부하는 북한 체제를 옹호하는 사람들과는 공존할 수 없다’고 천명하겠는가.

올해 3월 천주교 주교회의 결정에 대해 정 추기경이 최근 “4대강을 반대한 것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말하자 정구사는 정 추기경을 집중 공격했다. 정구사는 이달 10일 ‘골수 반공주의자의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함세웅 문정현 등 정구사 출신 사제들은 정 추기경에게 “용서를 구하고 용퇴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이 사회적 정치적 의견이 다른 것을 문제 삼아 추기경을 공격한 것은 평신도에게 모범이 되지 못함은 물론이고 분노를 살 지경에 이르렀다.

나라사랑기도회는 평신도를 대표하는 단체는 아니지만 전문직과 지식인을 중심으로 평신도들의 여론을 반영하는 역할을 했다. 정구사는 사제에 대한 복종심으로 좀처럼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는 평신도들의 쓴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이기 바란다. 한국은 헌법에서 정교분리(政敎分離)를 명문화한 국가이고 지금은 독재정치 시대도 아니다. 일부 사제가 정치나 이념투쟁을 계속할 작정이라면 평신도들의 바람대로 사제를 그만두고 정치활동에 뛰어드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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