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스포츠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는 페라리와 함께 세계 최고급 스포츠카로 꼽힌다. 속도 디자인 가격 성능이 모두 정상급이어서 ‘슈퍼카’ ‘꿈의 스포츠카’로도 불린다. 람보르기니에는 크게 무르시엘라고와 가야르도라는 두 가지 차종(車種)이 있다. 최고 시속 340km, 최대 출력 640마력인 무르시엘라고 LP640 모델은 5억 원을 훌쩍 넘는다.
▷히로뽕 투약 혐의로 올해 10월 구속된 뒤 검찰 조사 과정에서 거액의 세금을 빼돌린 혐의가 드러난 전 서울강서세무서 7급 공무원 정모 씨(38)의 행각은 충격적이다. 그는 중고차 매매업자 등과 짜고 가짜 공문서를 만들어 법인세 등 39억 원을 환급받은 뒤 유흥비와 마약 구입비로 흥청망청 썼다. 웬만한 부자도 엄두를 못 내는 무르시엘라고 LP640 등 고급 승용차 여러 대를 차명(借名)으로 리스, 또는 구입해 몰고 다녔다. 한국자동차경주협회 공인레이서 자격증을 가진 석동빈 동아일보 차장은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LP640은 감가상각비를 포함해 연간 유지비만 그랜저 한 대 값과 비슷한 4000만∼5000만 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랜저 검사’는 저리 가라고 할 ‘람보르기니 세무공무원’이라고나 할까.
▷‘살기좋은지역만들기’ 사업 관련 재단을 감독했던 행정안전부의 한 사무관은 재단의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그는 재단의 법인카드로 유흥주점이나 노래방을 드나들었다. 가족과의 식사, 가족 물품 구입 대금도 이 카드로 결제했다. 이 공무원에게는 재단의 카드가 법인카드가 아니라 개인카드였던 셈이다.
▷중국 역사상 보기 드문 명군(名君)이었던 청나라 강희제는 관대한 통치를 선호했지만 부패한 관리에게는 철저히 무(無)관용 원칙을 적용했다. 그는 “탐관오리(貪官汚吏)를 놔두면 민생과 나라가 흔들린다”면서 대부분 사형에 처하고 사면도 하지 않았다. 강희제의 뒤를 이은 옹정제는 부패한 관료의 재산도 몰수했다. ‘람보르기니 공무원’ 같은 빗나간 공직자는 성실하게 일하는 많은 공무원에게 피해를 준다. 국가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려 안보에도 해를 끼친다. 오늘도 살을 에는 겨울 추위 속에서 전방 철책과 바다, 하늘을 지키는 우리 장병들이 이런 소식을 접하면 목숨을 걸고 적(敵)의 도발에 맞서 나라를 수호하고 싶은 생각이 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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