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회 좌담]“무한채널의 시대… 타깃 시청자층 명확히 정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5일 03시 00분


동아일보 안목-정론 반영된 풍부한 방송콘텐츠 기대
저널리즘 핵심 가치인 진실 보도에 더욱더 매진해야

《환호와 분노, 희망과 갈등이 극명하게 대비된 2010년이었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밴쿠버 겨울올림픽,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축구, 여자 월드컵 축구, 광저우 아시아경기 등에서 온 국민의 환호성을 자아냈다. 3월 열반한 법정 스님은 무소유 신드롬을 일으키며, 슈퍼스타K 2의 허각은 공정사회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희망의 메신저가 됐다. 그런가 하면 북한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및 3대 세습, 김길태 등의 잔혹한 범죄, 고위 공직자 자녀의 편법 취업,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국무총리 및 장관 후보자들의 부도덕성,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난투극, 민간인 불법 사찰, 유명 연예인들의 마약복용·도박·병역기피에 많은 국민이 분노했다. 무상급식, 4대강 살리기 사업 등을 놓고 빚어진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1일 ‘동아일보와 신문-방송 겸영’을 주제로 올 한 해의 보도를 점검하고 종합편성채널의 출범 등 새로이 펼쳐질 미디어 환경에서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를 토론했다.》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올해도 다양한 주제로 토론했습니다만 다루지 못한 주제도 여럿 있습니다. 올 한 해 동아일보 보도를 간단히 평해 주십시오.

정성진 위원장=각종 기획 보도의 방향성이 좋았습니다. 연초의 ‘받는 나라서 주는 나라로’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공존을 향해’, ‘국가 유공자 어깨 펴는 사회’, ‘기후변화 현장을 가다’, ‘중국, 알아야 전략 세운다’, ‘한일강제병합 100년’ 등 전체적으로 보면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선진 문명국으로서의 방향을 모색한 점을 높이 평가할 수 있습니다. 또 일반 보도 부문에서도 정확하고 공평한 정론을 폈다고 봅니다. 법조인으로서 볼 때 사법개혁 문제, MBC PD수첩 제작진 판결, 서울북부지법의 불법정치자금 수사 등의 보도가 그랬습니다. 또 민청학련 관련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일본인 다치카와 마사키 기자의 사연을 파격적으로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것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언론 창달을 고무하기 위한 뜻이라고 봅니다.

윤영철 위원=올해는 기회 도전 위기가 뒤섞여 소용돌이쳤습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타결 등은 기회였으며 북한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은 도전과 위기였습니다. 저널리즘의 차원에서는 천안함 및 연평도 도발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 살펴봐야 합니다. 우리 언론이 외국의 전쟁과 테러는 많이 보도해 봤지만 우리 영토에 대한 직접 공격을 보도한 경험이 최근엔 없었던 데다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추측성 보도, 부정확한 보도를 하는 등 서툴게 대응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동아일보사 독자위원회는 21일 본사 편집국 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동아일보와 신문-방송 겸영’을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김동철 최영훈 스탠더드에디터, 윤영철 위원, 정성진 위원장, 이민웅 위원, 박명식 미디어연구소장, 박태서 스탠더드에디터.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동아일보사 독자위원회는 21일 본사 편집국 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동아일보와 신문-방송 겸영’을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김동철 최영훈 스탠더드에디터, 윤영철 위원, 정성진 위원장, 이민웅 위원, 박명식 미디어연구소장, 박태서 스탠더드에디터.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이민웅 위원=인터넷,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뉴스 출구가 엄청나게 많아졌습니다. 매체나 미디어보다는 플랫폼이란 말을 쓸 정도입니다. 또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100년 이상 가꿔온 저널리즘의 핵심 가치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사실 확인, 진실 보도라는 진지한 저널리즘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래야 인터넷 환경에서도 경쟁력이 확보됩니다. 그동안 종편 채널을 신청한 신문들의 권력 핵심에 대한 비판력이 좀 약화됐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30일쯤 종편 채널 선정 결과가 발표되는데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 저널리즘이 더 활기차게 전개되길 기대합니다.

최영훈 스탠더드에디터=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도발, 한미 FTA 재협상 등 국가의 안위와 이익에 관련된 일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동아일보는 국가 이익, 시대정신을 놓고 고민했으며 중심을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부분, 반성할 부분도 있습니다. 앞으로 좀 더 균형이 잡힌 보도, 서민에게 따뜻한 손을 내미는 보도, 언론의 본령이자 사명인 권력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하기 위해 더욱 힘쓰겠습니다.

―내년에는 신방 겸영이라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펼쳐집니다. 동아일보도 종편 채널을 신청한 당사자입니다만 언론이 새로운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이 위원=방송은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예컨대 중간광고 허용 여부는 수입원과 직결됩니다. 동아일보가 종편 채널을 운영하게 되면 어떻게 비판력을 유지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또 전통 저널리즘의 경제 기반을 무너뜨리는 게 새로운 뉴스 플랫폼들이 아니고 수용자들의 시간과 관심을 뺏는 수많은 인터넷 사이트, 수백 개의 케이블 채널입니다. 영화 게임 스포츠 오락뿐만 아니라 소셜네트워크까지, 그 유혹을 뉴스 수용자가 뿌리치기 힘듭니다. 뉴스에 관심이 없다기보다 관심을 더 끄는 것이 훨씬 많은 겁니다. 이렇게 수용자가 갈라져 나간 데 대해 대비를 해야 합니다. 지상파 방송의 토론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9% 미만이지만 그 광고 단가는 시청률 20∼30%의 드라마보다 오히려 높습니다. 토론 프로 시청자들이 구매력이 더 높기 때문이죠. 타깃 시청자층을 명쾌하게 정해야 합니다. 보편적 수용자들에게 다 도달하겠다고 욕심을 내선 안 됩니다.

윤 위원=종편 채널의 출범과 거의 때를 같이해서 지상파 방송의 다채널방송서비스가 진행됩니다. 20여 개의 채널이 더 생깁니다. 게다가 스마트폰 등의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까지 더해져 다채널이 아니라 무한 채널 시대로 가는 겁니다. 종편이 생존하려면 제작비는 낮추고 질은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광고 수입 의존도가 높아서는 어렵습니다. 기자는 취재 차원에선 전문 영역을 갖고, 기능 차원에선 글도 쓰고 사진이나 영상도 찍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그러면서 사회적 책임, 윤리, 품격을 지킬 수 있고, 사실 확인에 대한 의지를 가진 언론인 상도 정립해야 합니다.

정 위원장=신문과 방송의 상호 보완, 상승효과를 잘 조화해야 합니다. 예컨대 채널A는 동아일보의 안목과 정론을 방송에 반영해야 합니다. 또 과학동아 어린이동아 같은 콘텐츠를 활용해 상승효과를 기할 수 있습니다. 과거 동아방송의 ‘정계 야화’, ‘여명 80년’처럼 ‘저널 드라마’를 개발해 특화할 필요도 있습니다. 전반적인 품격보다는 특수하고 전문적인 분야를 개발하고 그 성공을 바탕으로 다른 분야가 따라 올라가는 효과를 얻어야 합니다.

김동철 스탠더드에디터=방송과 잡지의 콘텐츠가 잘 맞아떨어지는 면이 있습니다. 지금도 지상파 방송들이 잡지 내용을 베끼는 예가 많습니다. 동아일보는 다양한 잡지를 발행하기 때문에 콘텐츠 면에서 유리합니다. 누적된 콘텐츠도 어마어마합니다. 다큐멘터리 같은 분야의 기획력이 뛰어난 기자도 많습니다.

박태서 스탠더드에디터=신방 겸영을 하면 비용 절감 차원에서 한 기자가 글쓰기도 방송 리포트도 모두 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봅니다. 또 통합뉴스룸을 구성해 같은 뉴스를 신문용, 인터넷용, 방송용으로 생산해야 합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통합뉴스룸을 운영한 사례가 없어 초기엔 시행착오를 겪을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엔 정착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 위원=통합 운영과 분리 운영을 놓고 논쟁이 많습니다. 인터넷 신문을 종이 신문의 부속물로 보면 안 됩니다. 신문기자가 온라인 기사, 방송 기사를 쓰고, 심지어 리포트까지 하도록 하는 것은 프랭크 시내트라에게 로큰롤을 부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한 학자도 있습니다. 할 수는 있겠지만 본령은 아닌 거죠. 기자가 기사 쓰고, 다시 취재하고, 연구해야 하는데 방송용 기사로 바꾸고 리포트까지 하는 등 기사 재생산에 투입되면 개인의 전문성뿐 아니라 저널리즘의 질이 떨어지게 됩니다.

최 스탠더드에디터=채널A는 공익적인 방송을 하기로 방침을 세웠습니다. 막장 드라마는 물론 특정 인기 연예인들에게 의존하는 오락 위주의 프로그램은 지양한다는 것입니다. ‘장사’가 안 되더라도 진지한 시청자들을 위한 방송을 하겠다는 것이죠. 신문과 방송을 함께 하면 굉장한 시너지가 생기게 됩니다. 특종이든 정책 비판이든 매 시간 방송되면 그 영향력은 엄청날 겁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좀 더 신중하게 보도하고, 좀 더 겸손해지고, 좀 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

정리=여규병 기자 3spring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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