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발전소장 변종기 씨(56)는 이곳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연평도 토박이다. 지난달 23일 북한의 포격 도발이 있었을 때도 섬을 떠나지 않았다. 포성이 멈추자 대피소를 빠져나와 육지에서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진화 작업을 벌였다. 소방대가 도착한 다음에는 이틀 밤을 새워 전력 복구 작업을 했다. 이들이 섬을 빠져나갔다면 연평도 전체가 밤마다 암흑천지에 빠질 상황이었다.
하지만 변 소장은 최근 옹진군이 주민들에게 지급한 위로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 발전소뿐만이 아니다. 26일 인천해양경찰서 연평출장소와 연평도 주민들에 따르면 발전소, 우체국, 농협 등 연평도 내 주요 공공기관 직원들은 주민들에게 지급된 위로금 100만 원과 생활안정자금 150만 원, 유류지원 등을 전혀 받지 못했다. 모두 연평도에 주소를 둔 ‘주민’이지만 기관 소속이라는 이유로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정창권 연평우체국장은 “최근 옹진군에 생활지원금 지급기준과 기관 직원들이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질의했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각종 업무가 많아 바빠서 답을 주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지원금을 주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공무원과 기관 종사자들은 월급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간 기업에 다니면서 월급을 받는 사람도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지원금 지급 초기에 민간 기업에서 월급을 받는 사람까지 정확히 선별하기 어려워 이들에게도 돈을 입금한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확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월급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면 지원금을 회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지원금을 받은 주민들이 회수 요청에 얼마나 순순히 따를지는 미지수다. 눈앞에서 포탄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놀란 마음은 똑같은데 월급을 받는다는 이유로 지원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기준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주민이 많다. 김모 씨(61)는 “기관 종사자들은 공무원 신분도 아니면서 포격 직후부터 마을 복구에 힘써왔는데 위로금마저 지급하지 않는 것은 지나치다”라고 지적했다.
주민 혈세로 마련된 피해 보상비용을 빈틈이 없도록 아끼겠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지급해야 할 대상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한 채 신분이 분명한 기관 종사자만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 마을 주민들은 이들이 포격 직후에도 섬을 떠나지 않고 남아 복구작업에 힘써준 데 대해 무척 고마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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