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동장군의 위세에 얼어붙고 있다. 15일 전력수요는 사상 최고치인 7130만8000kW를 기록했고, 전력 예비율이 6.2%까지 떨어져 전력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2009년부터 우리나라의 최대전력수요가 하절기가 아닌 동절기에 발생하고 있다. 전기 난방으로 높은 실내온도를 유지하고, 여기에 전기히터와 같은 보조난방기의 과도한 사용이 더해진 탓이다.
발전소 추가 건설이라는 원론적 대책 외에도 건물구조와 요금제도의 중장기적 개선이 필요하다. 건축물은 설계단계에서부터 에너지절약형 설계가 이루어져야 하고 운영단계에서도 BEMS(빌딩 에너지관리 시스템)를 통해 쾌적하며 동시에 가장 효율적인 난방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또 피크시간대의 전력요금을 현실화하여 사용자에게 분명한 시그널을 주어야 한다.
정부의 제도·정책 개선 노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전 국민이 동참한 에너지절약과 녹색 생활 습관이다.
선진국의 경우 실내에서 두꺼운 옷을 입고 생활하는 것이 전혀 낯선 풍경이 아니다. 프랑스는 1979년부터 주거, 교육, 사무·공공시설의 난방온도를 19도 이하로 제한하고, 이를 위반하면 건축·주거법에 따라 범칙금을 부과한다. 실제로 2004년에는 다른 아파트보다 실내온도를 4도 정도 높게 난방을 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며 한 아파트 주민이 자신의 아파트 난방책임자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법원은 난방책임자에게 5000유로를 물어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우리도 적정 난방온도를 지켜야 할 때다. 적정 난방온도 준수는 동절기 전력사용량의 24%를 차지하는 난방전력을 줄임으로써 국가 에너지안보를 공고히 하는 데 일조하게 된다. 전력 생산 시 배출되는 온실가스량을 줄여 지구환경 보호에도 한몫을 할 수 있다.
에너지 절약 효과 또한 크다. 실내온도를 1도 낮추면 난방 에너지 소비량의 약 7%가 절감되고,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7400억 원가량을 절약할 수 있다. 아울러 높은 실내온도로 인한 질환에서 우리 몸을 지킬 수 있다. 적정 난방온도를 지키는 생활 속의 작은 실천으로 공공선을 우선시하는 삶의 방식을 생활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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