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철규]한미 FTA 협상단, 국민신뢰 얻으려 노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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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8일 03시 00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또는 추가협상)이 ‘성공이냐 실패냐’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협상학적 관점에서 결과를 평가하는 기준은 두 가지다.

첫째, 협상 결과가 나의 이해나 이득을 충족했는지다. 한국의 이해나 이득은 무엇인가. 빨리 FTA를 타결해 자유무역의 이득을 실현한다, 혹은 원안을 끝까지 고수해 적게는 5000억 원, 많게는 4조 원의 이익을 얻는다. 아니면 국력이 다른 나라 간 자유무역을 거부한다. 이 가운데 무엇이 한국의 핵심 이익인지 결정해야 한다.

둘째, 나의 BATNA보다 좋은 조건에서 타결했는지다. BATNA(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란 협상이 결렬됐을 때의 차선책이다. 나의 BATNA보다 나쁜 조건에서 협상이 타결됐을 때 실패한 협상이다. 이번 재협상에서 우리의 BATNA는 세 가지다. 지난 3년 반처럼 ‘언젠가는 되겠지’라며 기다리거나 다른 국가, 즉 유럽연합과 먼저 자유무역을 하며 미국을 압박하거나 수십 년 뒤 미국과 FTA를 발효하는 방법이다.

결론적으로 ‘미국과 빠른 자유무역 실현이 가장 중요하며 이에 앞서 말한 세 가지 BATNA보다 결과가 낫다’고 판단한다면 이번 협상은 협상학적 관점에선 만족스럽다.

하지만 이번 협상이 100점짜리라고 말하긴 어렵다. FTA 협상 같은 국제협상은 국제적 차원(레벨1)과 국내적 차원(레벨2)이라는 두 가지 층위에서 동시 진행되는 게임이다.

미국은 협상이 타결되자 약속을 깨고 합의 내용을 미리 발표하는 등 자국 내 이해 관계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적극 노력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아직도 국민과 야당을 상대로 한 홍보와 설득에 서툰 게 사실이다. 협상 전까지 ‘점 하나 바꾸지 않겠다’던 공언은 국제적 차원에서는 협상전술일 수 있지만 국내적 차원에서는 국민의 신뢰를 잃는 부작용까지 낳았다. 이런 미숙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협상 결과는 ‘이해를 충족했느냐’와 ‘BATNA보다 나은가’라는 협상의 가장 기본적인 질문으로 평가하는 게 합리적이다.

최철규 세계경영연구원(IGM) 협상스쿨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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