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성경]경주 방폐장과 소통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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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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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27일은 첫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이다. 지난해 한국 원자력 역사 50년 만에 이루어낸 원전수출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제정됐다. 원자력발전을 기후변화, 녹색성장 시대의 견고한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다.

약속과 다른 절차가 마찰 불러

2010년 12월 24일 역시 한국 원자력 역사 속에서 도드라지는 숫자다. 건설 중인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에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1000드럼이 처음으로 반입된 날이다. 1978년 고리 원전이 처음 가동된 이래 32년, 1984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대한 첫 논의가 이루어진 지 26년, 2005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경주에 짓기로 결정하고 5년 만이다. 발전량의 40% 이상을 원자력발전에 의지하면서도 방폐장 하나를 갖지 못해 애면글면한 시간과 그 과정에서 지불한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생각한다면 기념할 만하다.

그런데 축하가 아닌 반대의 현수막이, 박수가 아닌 성난 목소리가 조심스레 환영을 대신했다. 일부 경주시민은 저장시설이 아닌 인수처리시설로의 반입에 안전성 문제를 제기했다.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은 방사선 누출차단 설비를 갖추고 있어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혹자는 경주시민의 시위는 지원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고 말한다. 경주시민 50여 명이 “경주시민의 허락 없는 방폐물 반입은 절대 안 된다”며 30년 만의 한파 속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인 까닭은 무엇일까. 안전성 때문도 지원 때문도 아닐 수 있다. 핵심은 소통이다.

발전소 안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임시저장시설은 용량을 초과하기 시작했다. 일단 건설이 완료된 지상시설로 옮겨 보관하다가 2012년 동굴처분시설이 완공되면 다시 옮겨 완전 격리할 예정이다. 분명히 경주시민과의 처음 약속과는 달라졌다. 건설 공기도 30개월 연장했다. 그 과정에서도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고 여전히 인화성이 남아 있다. 안전성 확보는 당연하다. 안전성에 대한 자신감을 믿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중요한 숙제다. 늦은 감이 있지만 객관적인 안전성 입증 자료와 함께 공개적으로 설명하고 의견을 들어야 한다. 반대한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고, 계획대로 반입에 성공했다고 지나칠 일이 아니다. 경주 사례는 그 자체로도 큰 의미와 가치가 있다. 이뿐만 아니라 원자력발전의 절대과제이자 성장동력화의 기반인 중고연료(사용 후 핵연료) 관리 문제를 논의할 시작점이기도 하다.

방폐물 문제는 안전성 확보를 바탕으로 소통을 통해 신뢰를 쌓는 것이 관건이라는 말은 수년간 지속돼 온 당위적 주장이다. 이제 주장이 아니라 실천이 필요하다. 방사성폐기물에서 발생하는 공학적 사회적 경제적 위협을 넘어설 수 있는 구조와 전문가 및 일반시민을 포함한 이해관계자가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 즉 ‘원자력 거버넌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선의 합의를 만드는 연습 가져야

원자력 거버넌스로 얻고자 하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만이 아니다. 최적이 아닌 최선의 정책 결정과 성공적 추진이 목표다. 오케스트라 지휘를, 악기 연주를 책이나 강의로 배울 수는 없다. 연습을 해야 한다. 원자력 거버넌스도 마찬가지다. 궁리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연구 결과와 경험, 그리고 판단력에 의지를 더하면 실천이 어렵지 않다. 실천 과정에서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할 수도 있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실천적 지혜를 찾을 수도 있다. 연습이 거듭되면서 전자는 줄고 후자는 늘 것이다.

원자력의 날이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10년, 100년, 아니 방사성폐기물의 관리기간이 끝날 때까지 뜻깊은 기념일로 기억되기 위해서는 오늘 이 연습을 시작해야 한다.

조성경 명지대 교수 에너지 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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