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세계적 카지노 도시 라스베이거스가 사막 한가운데 들어선 것은 1946년 마피아 두목 벤저민 벅시 시걸이 카지노호텔
플라밍고를 세우면서부터다. 마피아는 1960년대 24개 패밀리에 15만 명의 조직원을 거느릴 정도로 세를 키웠으나, 공권력의
지속적인 소탕작전과 사회시스템의 투명화로 마약 매춘 등 전통적 업종을 떠나 제도권 내 사업에 진출하는 추세다. 일본 조폭
야쿠자들도 생존을 위해 공연기획 영화제작 등 연예사업과 제조업 병원업 등에 진출하면서 주먹보다는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업화하고 있다.
▷국내 조폭 세계에서 한때 날리던 ‘왕주먹’이라도 돈이 없으면 후배 주먹들에게 대접받지
못하고, 자금 동원력이 없으면 두목의 입지를 잃기 십상이다. 1990년대 초반 노태우 정부가 벌인 ‘범죄와의 전쟁’ 이후엔
조직끼리 싸우는 것을 자제하고 넓어진 돈벌이 시장에서 서로 영역 침범 없이 공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조성식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27일 유망 벤처기업을 M&A해 3년 만에 거덜 낸 조폭 김제읍내파와
기업사냥꾼, 사채업자 일당을 적발해 40대 두목 등 10명을 기소했다. 이들이 인수한 회사의 자금을 횡령하고 가장(假裝)납입,
분식회계를 통해 회사 자본을 탕진함으로써 선량한 개미투자자들에게 끼친 손실만도 600억 원대에 이른다. 구형 조폭은 피해자가
특정되고 제한적이지만 신형 조폭의 피해자는 불특정 다수이고 피해 범위도 광범위해졌다는 것이 검찰의 분석이다.
▷2000년 이전까지의 1세대 조폭이 유흥업소, 주류도매상 등 전통적 영역에 머물렀다면 2000∼2006년의 2세대는 건설
시행사, 아파트 및 상가 분양시장 등 부동산 영역에 진출했다. 2006년 이후 3세대는 부동산 경기 불황과 금융시장 활성화를
타고 무자본 M&A, 회사자금 횡령, 주가 조작 등 금융시장으로 파고든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다. 선량한 시민을 괴롭히고
사회·경제적 질서와 법치주의를 좀먹는 사회악이란 점에선 1세대든 3세대든 본질은 다를 게 없다. 범죄수법이 고도화한 조폭들의
민생침해 경제범죄를 발본색원하자면 검찰과 경찰의 수사력 및 수사의지가 더 강력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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