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와 통일부의 2011년 업무보고에 담긴 핵심 주제는 통일이다. 통일부는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 유도, 바른 남북관계 정립, 통일에 대한 준비를 3대 추진 목표로 설정했다. 외교부도 한반도의 궁극적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 주요국들과 협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통일외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족의 희망이자 평화의 기초가 될 자유민주체제로의 통일을 달성하기 위해 앉아서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다짐이라고 믿는다.
통일이 언제 올지는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남한 인구의 절반도 안 되는 북한 주민을 먹여 살리는 데 실패한 김정일 전제(專制) 세습정권이 스스로 한계를 이기지 못해 당장이라도 급변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북한 주민이 자유민주주의에 눈을 뜨면서 김정일 정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 어떤 경우건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주변국들의 동의와 협조 속에서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준비가 필수적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로의 통일을 달성하자면 분단으로 인한 남북의 이질감을 줄이는 노력도 선행돼야 한다. 통일부는 내년에 북한 주민과 정권에 대한 분리 접근으로 북한의 진정한 변화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과 비(非)정부 활동에 대한 지원 강화도 천명했다. 분단에 따른 국가적 손실과 비용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진다. 시대착오적이고 비이성적이며 광기(狂氣)에 휩싸인 북한 체제가 오래 버틸수록 우리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의 핵개발이 진전될수록 우리가 감당해야 할 위협은 증대되고 통일의 길은 멀어진다.
통일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 미국을 포함한 주변 강대국 변수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의 과제다. 우리 정부와 사회의 통일 논의와 준비가 알맹이 없는 말놀음에 그친다면 김정일 정권을 자극만 하고 저들을 극단적 모험주의로 내모는 결과를 빚을 우려가 있다. 북한은 어제도 “수천 대의 원심분리기를 갖춘 우라늄 농축공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도발적인 발표를 했다.
통일외교의 핵심 변수인 한중 관계는 올해 최악 수준으로 떨어졌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 이후에도 드러났듯이 대중(對中) 외교는 우리의 외교력을 시험하고 있다. 통일 과정에서 중국을 설득해 지지를 획득하는 것은 난제 중의 난제다. 북한의 북쪽 국경지역은 점차 중국 경제권에 예속되고 있다. 알짜배기 광산이 속속 중국에 넘어가고 화교 자본은 북한 장마당까지 진출했다. 이렇게 가다가는 한국이 통일의 주체가 된다 하더라도 실속은 중국에 모두 넘겨주는 현실이 닥칠 수도 있다.
통일 정책에 실천 가능한 청사진을 담지 못하면 정부가 김정일 집단과 국내 종북(從北) 좌파의 협공에 휘말리고 남남(南南) 갈등의 빌미만 제공할 우려마저 있다. 냉철하고 치밀하며 내실 있는 통일정책의 추진을 요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