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권순택]안상수와 천정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30일 03시 00분



한나라당 N 의원은 시간이 나면 지역구에 있는 대학에 간다. 학생들과 대화도 자주 하는 편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왜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느냐”고 물었다가 “쪽팔려서”라는 말을 듣고 난감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민주당도 오십보백보일 뿐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건 정당이나 정치인들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룸살롱 자연산’ 발언으로 곤경에 처한 안상수 대표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창피해할 이유 하나를 더 늘린 셈이다. 문제의 발언이 나온 22일 안 대표와 그를 수행한 의원들이 한 말들을 뜯어보면 정치인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만하다. 장애인 시설을 방문한 직후였지만 장애인 얘기는 거의 하지 않고 성형수술과 연예인 얘기만 했으니 장애인 시설 방문은 왜 했는지 모를 일이다. 사석(私席)에서의 환담 때 나온 실언이라지만 딸 같은 여기자들을 상대로 한 말이어서 더욱 실망이 컸다.

며칠 동안 보이지 않던 안 대표는 “반성의 시간을 통해 여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는 사과성명을 내놓고 이른바 ‘민생 행보’에 다시 나섰다. 엊그제 군부대를 방문한 안 대표는 언행을 극도로 자제하고 얼굴 표정도 무거웠다고 한 취재기자는 전했다. 여당 대표가 자신감에 충만해 활동해도 모자랄 판에 ‘실언 공포’ 때문에 말도 제대로 못하니 얼마나 난감하겠는가. 집권당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정당이며 당 대표는 정당의 얼굴과도 같다. 한나라당에 안 대표를 대체할 인물이 없다면 이 또한 딱한 일이다.

안 대표의 실언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제1야당인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이 막말 시리즈를 이어갔다. 그는 26일 민주당의 경기 수원 장외집회에서 “서민 다 죽이는 이명박 정권을 확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가 위원장인 당 특위는 대통령을 쥐에 비유한 사진을 홍보물에 싣고 “쥐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올해 정치인들이 쏟아낸 망언 실언 폭언 궤변의 결정판쯤 될 듯하다.

천 의원의 말들은 자기부정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는 한나라당의 내년도 예산안 일방처리 때문에 장외투쟁에 나서 대통령과 정권에 막말을 퍼부었다. 하지만 6년 전인 2004년 12월 여당(열린우리당) 원내대표였던 그가 한 말은 이랬다. “소수의 의견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소수가 자신의 뜻대로 해주지 않으면 어느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민주주의도, 의회주의도 아니다.”

2006년 1월 그가 법무부 장관 때 한 말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도 모르는 자들이 일부 신문에 돌아가면서 말도 안 되는 칼럼을 올려 대통령을 조롱하고 있다. 옛날 같으면 그런 사람들은 전부 구속됐다.” 5년 전 발언을 지금 자신의 발언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그는 어제 사과 대신 “국민의 이름으로 사형선고를 내려야 마땅한 정권”이라며 한술 더 떴다. 한나라당 안 대표는 사과라도 했지만 민주당 천 의원은 자성은커녕 한술 더 뜨고 있다. 이것이 두 정당의 체질 차이를 반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천 의원이 누군가. 노무현 정부 때 법무부 장관과 여당 원내대표까지 지낸 4선 의원이다. 판사인 딸과 검사인 사위에 외교관인 딸까지 둔 한 집안의 어른이기도 하다. ‘목포가 낳은 3대 천재’라는 소리를 듣던 그가 어쩌다 이 지경으로 망가졌는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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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추천 많은 댓글

  • 2010-12-30 05:22:40

    놈현이 정부에서 법무장관을 한사람의 인격수준이 조폭의 막가파보다 더하구나 손학규나 박지원이 하는짓도 다 비슷하니 민주당은 도저히 안되겠다

  • 2010-12-30 08:23:13

    세계를 돌아봐도 정치인들처럼 이기적인 사람은 없습니다.긂어죽어도 내분을 하고 있는 아프리카 나라들도 그렇고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선 북쪽이 유일한 희망인 정당들도 웃기는 것이고, 우리의 문제는 반 대한민국세력들의 척결이 우선 되어야 한다. 한나라당에서 저런 인물 나왔으면정권 뒤집고 나왔을 놈들... 다음 정권에서 제네들 기를 쓰고 머리 들이밀 것은 뻔한 것이고 지금 저 정도면 정권 잡으면 큰일이 날 것 같다.

  • 2010-12-30 14:24:30

    확 죽여버려야 할자들이 너무 많다.대한민국 국민들의혈세로 그런자들이 잘먹고 잘살고 있는것 자체가 잘못되어있다.진정 국민들의 이름으로 그런자들을 사라지게 해야한다.국민들이 분노해야한다.옳지 못한 자들이 득세하여국민을 욕보이고 국격을 떨어뜨리는 것을 국민들이 용서해서는 않되는것이다. 적어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정도는 아니라는것을 보여줘야한다.자식들이 나라의 중요 요직에 있는데 그들은 부모성정을 닮지는 않을런지? 부모가자식 욕먹이는 세대에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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