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N 의원은 시간이 나면 지역구에 있는 대학에 간다. 학생들과 대화도 자주 하는 편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왜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느냐”고 물었다가 “쪽팔려서”라는 말을 듣고 난감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민주당도 오십보백보일 뿐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건 정당이나 정치인들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룸살롱 자연산’ 발언으로 곤경에 처한 안상수 대표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창피해할 이유 하나를 더 늘린 셈이다. 문제의 발언이 나온 22일 안 대표와 그를 수행한 의원들이 한 말들을 뜯어보면 정치인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만하다. 장애인 시설을 방문한 직후였지만 장애인 얘기는 거의 하지 않고 성형수술과 연예인 얘기만 했으니 장애인 시설 방문은 왜 했는지 모를 일이다. 사석(私席)에서의 환담 때 나온 실언이라지만 딸 같은 여기자들을 상대로 한 말이어서 더욱 실망이 컸다.
며칠 동안 보이지 않던 안 대표는 “반성의 시간을 통해 여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는 사과성명을 내놓고 이른바 ‘민생 행보’에 다시 나섰다. 엊그제 군부대를 방문한 안 대표는 언행을 극도로 자제하고 얼굴 표정도 무거웠다고 한 취재기자는 전했다. 여당 대표가 자신감에 충만해 활동해도 모자랄 판에 ‘실언 공포’ 때문에 말도 제대로 못하니 얼마나 난감하겠는가. 집권당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정당이며 당 대표는 정당의 얼굴과도 같다. 한나라당에 안 대표를 대체할 인물이 없다면 이 또한 딱한 일이다.
안 대표의 실언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제1야당인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이 막말 시리즈를 이어갔다. 그는 26일 민주당의 경기 수원 장외집회에서 “서민 다 죽이는 이명박 정권을 확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가 위원장인 당 특위는 대통령을 쥐에 비유한 사진을 홍보물에 싣고 “쥐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올해 정치인들이 쏟아낸 망언 실언 폭언 궤변의 결정판쯤 될 듯하다.
천 의원의 말들은 자기부정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는 한나라당의 내년도 예산안 일방처리 때문에 장외투쟁에 나서 대통령과 정권에 막말을 퍼부었다. 하지만 6년 전인 2004년 12월 여당(열린우리당) 원내대표였던 그가 한 말은 이랬다. “소수의 의견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소수가 자신의 뜻대로 해주지 않으면 어느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민주주의도, 의회주의도 아니다.”
2006년 1월 그가 법무부 장관 때 한 말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도 모르는 자들이 일부 신문에 돌아가면서 말도 안 되는 칼럼을 올려 대통령을 조롱하고 있다. 옛날 같으면 그런 사람들은 전부 구속됐다.” 5년 전 발언을 지금 자신의 발언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그는 어제 사과 대신 “국민의 이름으로 사형선고를 내려야 마땅한 정권”이라며 한술 더 떴다. 한나라당 안 대표는 사과라도 했지만 민주당 천 의원은 자성은커녕 한술 더 뜨고 있다. 이것이 두 정당의 체질 차이를 반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천 의원이 누군가. 노무현 정부 때 법무부 장관과 여당 원내대표까지 지낸 4선 의원이다. 판사인 딸과 검사인 사위에 외교관인 딸까지 둔 한 집안의 어른이기도 하다. ‘목포가 낳은 3대 천재’라는 소리를 듣던 그가 어쩌다 이 지경으로 망가졌는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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