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식 칼럼]오세훈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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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0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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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같은 포털사이트에서 ‘오세훈’이라는 단어로 뉴스 검색을 해보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비판적인 제목들이 주르륵 딸려 나온다. ‘요지부동 오세훈’ ‘오세훈, 검찰에 고발당해’ 같은 식이다. 전면 무상급식 이슈와 관련해 오 시장을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는 기사들이다. 뉴스만 읽어 보면 가난한 학생들이 눈치 보지 않고 점심 한 끼 먹도록 해주겠다는데 오 시장이 끝까지 막아서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주로 좌파 성향 매체들이 생산해 내고 있다.

포퓰리즘 세력의 마지막 표적

이런 집중 공세는 오 시장이 이달 3일 ‘복지의 탈을 쓴 망국적 포퓰리즘을 거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본격화됐다. 이 성명에서 오 시장은 민주당과 서울시교육청이 주장하는 전면 무상급식에 단호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저소득층에게 돌아갈 교육 및 복지 예산을 부유층에게 주는 ‘부자(富者) 급식’이며 서울시의 살림과 행정에 큰 부담을 안긴다는 게 반대 이유였다.

서울시의회 전체 의석의 74%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회 의원들은 이달 1일 한나라당의 소수 의원들을 힘으로 제압하고 무상급식 조례 안을 통과시켰다. 오 시장의 거부가 확실해지자 민주당 서울시의원들은 무상급식 예산 695억 원을 멋대로 편성하고 다른 한편으로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해뱃길 예산 752억 원, 한강예술섬 조성 예산 406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우리 예산을 받아주지 않으면 오 시장의 핵심 사업을 못하게 만들겠다는 사실상의 위협이었다.

이들은 ‘전면 무상급식’이라는 용어를 슬그머니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바꿨다. ‘전면 무상급식’이라는 용어가 ‘부자 급식’을 떠올리게 하자 ‘친환경’으로 간판을 교체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책정한 학생 1인당 한 끼 식품재료비는 2400여 원에 불과하다. 비싼 친환경 물가를 감안하면 이 가격으로는 ‘친환경 식사’가 어림도 없다는 점을 학부모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인터넷 주도권, 서울시의회 권력, 탁월한 용어 상술(商術)을 무기로 총동원하고 공짜에 우호적인 대중 심리까지 등에 업은 이들의 총공세에 오 시장은 외로운 전쟁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전면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좌파교육감과 민주당이 권력을 잡은 시도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시도에서 타협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해온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내년 ‘친환경 급식’ 명목으로 400억 원을 책정했다. 우회적으로 무상급식 예산을 지원한 셈이다. 교육감 중에는 김신호 대전시교육감이 “가뜩이나 부족한 교육 예산을 급식에만 쓰는 것은 교육자적 양심에 비추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정도다.

교육 살리는 길에 흔들림 없어야

무상급식의 실태는 잘못 전달된 부분이 많다. 저소득층 무상급식은 이미 전체 학생의 10%에게 이뤄지고 있다. 좌파 진영은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낙인찍기’를 문제 삼는다. 그러나 초등학교의 경우 급식은 교실 내에서 이뤄진다. 한 반의 학생들이 먹을 점심을 교실로 한꺼번에 운반해 각자 책상에서 먹는다. 지금도 누가 급식비를 못 내는지 알 수 없게 돼 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인건비 등 경직성 비용을 제외하고 교육 사업에 쓸 수 있는 예산은 연간 8000억 원이다. 서울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전면 무상급식을 하면 소요예산은 연간 4000억 원에 이른다. 절반을 서울시와 자치구가 부담한다고 해도 교육 예산의 25%인 2000억 원이 점심비용에 투입된다. 다른 예산이 줄어 이런저런 교육활동을 할 수 없게 되면 피해는 학생과 시민이 보고, 편한 쪽은 학교나 교사 쪽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 TV 토론을 해보자는 오 시장의 제의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거부하는 것도 전면 무상급식의 허상이 곧바로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했을 가능성이 있다.

좌파 진영은 일사불란하다. 무상급식이 교육의 부실화를 초래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사람에 대한 일제 공격과 선전선동만 존재한다. 이들은 올해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공약이 성공을 거뒀다고 보고 다음 선거에서 무상보육 무상의료 카드까지 꺼낼 것으로 보인다. 이 점만으로도 이들이 무상급식에 목을 매는 이유가 순수한 교육 차원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 오 시장만 무너뜨리면 무상급식 공약은 달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유권자에게 새로운 포퓰리즘 공약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무상급식 공약은 세종시에 비유되기도 한다. 세종시 이슈처럼 일단 공약을 내놓아 당선되면 좀처럼 되돌리기 힘들다는 뜻이다. 그러나 교육 문제에 민감한 학부모들은 무상급식의 진실을 정확히 알고 나면 절대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세종시와는 성격이 다르다. 오히려 장차 좌파 세력이 국민의 외면을 당하는 덫이 될 수도 있다. 오 시장은 흔들림 없이 정도(正道)를 가기 바란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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