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유엔은 이중의 삶을 사는 듯 보인다. 학자들은 유엔이 세계의 고통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다른 한편에서 회원국과 세계인은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이 일하도록 요구한다. 이런 경향은 2011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위협의 세대를 마주하고 있다. 국경을 넘어 세계적으로 번지는 위협이다. 어떤 국가나 집단도, 아무리 강력해도 혼자 마주하기 힘들다. 기후변화와 빈곤, 핵감축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 모두 함께 나서야 한다. 유엔이 이 일을 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도 있다. 문제는 너무 복잡하고 자원은 너무 적다. 유엔 스스로도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내기에는 너무 갈라져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런 통념은 틀렸다. 더욱이 그 생각은 위험하다. 예를 들어 4년 전 필자가 사무총장이 됐을 때 소수의 지도자만이 기후변화를 알았다. 기후변화는 우리 시대에 대한 결정적 도전으로 그 효과를 매일 도처에서 본다. 오늘날 글로벌 어젠다의 핵심 문제다.
정말이지, 그 길은 어려웠다. 2009년 12월 코펜하겐에서 세계 지도자들은 밤까지 머리를 맞댔지만 통념적 잣대로 보면 실질적 성과는 없었다. 사실 지속 가능하고 저탄소 성장의 시대로 이끌 포괄적이고 법적 제약이 따르는 조약에 합의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진전이 있었다. 사상 처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해야 한다는 책무를 인식했고 지구 평균온도 상승분을 섭씨 2도 이하로 제한하는 데 합의했다. 이를 위해 향후 3년간 300억 달러와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를 쓰겠다고 했다.
하룻밤 사이에 돌파구를 찾기를 꿈꾸거나 당장의 진전이 없다고 해서 절망할 필요는 없다. 그 대신 많은 작은 진전을 이뤄내기 위해 나서자. 어디에서든 진전을 이뤄낼 수 있다. 지원을 조직하고 널리 연대를 만들고 동맹을 이루고 서로 다른 조직과 복잡한 문제 간의 연결을 생각하는 일이다.
집단행동은 쉽지 않았지만 유엔 밀레니엄 개발 목표(MDG)를 성취하는 데 있어서는 더없이 필요했다. MDG는 극한의 빈곤을 종식하겠다는 청사진이다. 통념적으로 생각하면 MDG의 지향은 이뤄내기 힘들다. 빈곤과 기아를 줄이고 엄마와 아이의 건강을 증진하며 에이즈에 맞서고 교육 접근을 늘리는 한편, 환경을 보호하고 개발을 위한 글로벌 협력을 만드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와 빈곤, 기타 문제에 대해 유엔이 주요 20개국(G20)에 책임을 넘겨야 한다는 게 일반적 생각이다. 하지만 G20만으로는 해답이 안 된다. 11월 서울 정상회담에서 환율 문제와 무역 불균형에 대해 힘든 토론을 거쳤음에도 G20 어젠다 가운데 처음으로 합의에 이른 유일한 분야는 경제 개발이었다. 세계 경제 회복이 신흥국 경제에 달려 있음을 인식하는 가운데 G20 지도자들은 세계의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빈곤에서 구제하기 위한 투자를 받아들였다.
이 점이 G20 지도자들이 유엔과 긴밀히 협력할 필요성을 받아들인 이유다. 유엔과 G20은 라이벌이 아니라 긴밀한 파트너로서 건설적으로 합력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 또 그래야만 한다. 40년 전 딘 애치슨이라는 위대한 정치가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질서를 세우면서 느낀 흥분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창조의 현장에 있었다.”
오늘날 우리 역시 인류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역동적 순간에 와 있다. 우리 역시 새로운 창조의 순간에 있다. 유엔은 계속 자신을 재창조해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와 발맞춰야 한다. 더 빨리, 더 유연하고 효율적이며 투명하고 책임 있게 말이다.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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