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준성]출산율 증가만큼 중요한 영유아 예방접종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3일 03시 00분


올해 예산안과 관련해 수십 년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대학병원에 근무한 필자가 무척이나 관심 있게 지켜본 내용이 영유아 예방접종 예산 삭감이다. 영유아 예방 접종 지원금으로 편성된 339억 원이 예산심의 과정에서 사라졌다.

한 지역에서 전염병을 퇴치하기 위한 예방접종률은 95% 이상 돼야 한다. 예방접종률이 그 이하면 전염병을 일으키는 균이 잔류하며 계속해서 질병을 일으킨다. 현재 국내의 예방접종률은 70% 정도이다. 전염병을 감소시킬 수는 있지만 전염병을 퇴치하기에는 크게 효과적이지 않다.

어린 아이, 특히 영유아는 성인과는 달리 신체적 면역학적으로 취약해 전염병에 걸리기 쉽다. 영유아는 질병의 진행이 매우 빨라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하지만 치료 반응도 무척 좋은 편이라 적절하게 치료하거나 예방하면 심각한 후유증이 없이 곧 회복된다. 그만큼 영유아에게 예방접종은 기대 이상의 효과로 건강한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정부도 2006년 8월 아이들에게 중요한 질환에 대하여 필수 예방접종을 무료로 시행하는 전염병 예방법을 제정했으나 매년 적절한 재원이 조달되지 않아 시행효과가 미미하다.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2009년 4조8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신생아는 오히려 2008년(46만6000명)보다 2만1000명 감소했다. 1981년(86만여 명)의 절반 수준이다. 출산장려 정책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지 못한다면 또 하나의 대안으로 이미 출생한, 유리병과 같이 깨지기 쉬운 아이들을 건강하게 잘 키워 올곧은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일을 고려해야 한다.

한 사람이 태어나 건강하게 성장하면 평생에 걸쳐 12억2000만 원의 생산과 1.15명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보고가 있다. 태어난 아이를 질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키우는 일은 생산연령인구(15∼64세) 증가에 기여해 국가의 미래와도 직결된다.

339억 원이 영유아 예방접종 지원비로 쓰여 질병에 취약한 영유아가 건강하게 자라고 훌륭한 성인이 되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339억 원의 경제적 가치는 수조 원, 아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이를 외면하는 것은 먼 미래의 국가발전과 국력강화를 생각하지 못하는 일과 같다.

질환의 관리에서도 예방이 최선의 치료책이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질환의 예방에 드는 비용이 치료에 드는 비용보다 훨씬 적어 가정과 국가 경제에도 훨씬 이득이다. 정부와 국회는 지엽적인 문제를 떠나 국가경쟁력을 키울 영유아 예방접종 지원비 339억 원의 삭감을 재고해야 한다.

이준성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대한소아과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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