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역 1조 달러 시대에 위기의식 필요한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3일 03시 00분


지난해 한국은 4674억 달러어치를 수출하고 4257억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무역수지 흑자액은 사상 최대인 417억 달러였다. 수출과 수입을 합한 무역 규모는 9000억 달러 턱밑이다. 수출액은 이탈리아와 벨기에를 제치고 최초로 세계 7위로 올라섰다.

올해 수출은 5130억 달러, 수입은 4880억 달러로 ‘무역 1조 달러 시대’에 들어설 것으로 지식경제부는 내다봤다. 1951년 ‘1억 달러’를 돌파한 무역 규모가 60년 만에 1만 배로 커지는 셈이다. 연간 무역 1조 달러를 한 번이라도 달성한 나라는 미국 독일 일본 중국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8개국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1960년대부터 ‘수출 입국(立國)’을 내걸고 세계 구석구석을 파고들었다. 기업인과 근로자의 열정과 근면성, 국가 지도자의 통찰력과 리더십, 유능한 경제 관료들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수출액은 빠른 속도로 늘었다. 수출 품목도 초기의 1차 산품 중심에서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휴대전화 등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고급 제품으로 바뀌었다. 식민통치와 분단, 전쟁의 폐허를 딛고 불과 두 세대 만에 이루어낸 눈부신 성취에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하지만 우리의 잠재적 취약요인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지난해 중국에 대한 수출액은 1122억 달러(12월 20일 기준)로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했다. 홍콩에 대한 수출 비중 5.4%까지 합하면 30%를 넘는다. 한국은 지난해 중국과의 교역에서 사상 최대인 429억 달러의 흑자를 올렸고, 이 가운데 상당액이 부품과 소재 수출이다. 중국은 최근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산업에서 부품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우리가 기술집약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창출해내지 못하면 자칫 대일(對日)적자는 줄이지 못하면서 대중(對中)흑자가 격감하고 극단적인 경우 적자로 바뀔 수도 있다. 민관(民官)이 함께 위기의식을 갖고 기술과 제품력 우위를 지켜내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지난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을 타결했다. 올해 7월에는 한-유럽연합(EU) FTA가 잠정 발효된다. 한미, 한-EU FTA는 우리 무역의 새로운 활로를 열면서 중국에 대한 지나친 경제 의존을 완화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여야 정치권은 FTA 비준 동의안을 빨리 처리해 무역 입국의 진화, 그리고 5000만 국민의 소득 증대와 일자리 창출에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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