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들어서자마자 정치권은 대선 정국을 향해 치닫는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예상 주자는 오래전부터 조직다지기와 정책발표로 몸풀기를 하더니 새해부터는 본격적인 경주에 들어설 채비를 하고 있다. 자리매김이 비교적 안정화된 여권 후보는 일찌감치 싱크탱크를 구성하고 정책행보를 드러내기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야권 후보는 입지다지기에 여념이 없다.
2년이나 남았는데 조기 열풍 조짐
2012년의 대선은 진보와 보수의 엇갈림 속에서 깊은 갈등과 혼란을 겪어온 한국정치의 향방을 가늠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선거이다. 민주화 이후 보수정권에서 진보정권으로의 교체, 그리고 다시 보수정권으로의 교체는 정치권은 물론 국민생활에 많은 혼돈을 산출했다. 차기 대선은 그동안 적지 않은 시행착오에서 벗어나 국가장래에 대한 장기적인 선택을 할 것이다.
또한 2012년의 대선은 세계적인 대선 행렬 속에서 치러질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 등 세계 주요 국가의 대선이 치러지고 북한에서는 3대 세습정치가 극에 달하리라 예상된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치르는 우리의 대선은 그야말로 세계 리더십 재편과 함께 경쟁해야 할 한국의 정치리더십을 선택하는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중차대한 일이라 할지라도 때가 있는 법이다. 과연 우리의 상황이 아직 2년 정도 남은 대선을 향해 다걸기(올인)해도 좋을 정도인가. 사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언론계 학계 재계 관계, 심지어 일부 국민마저도 벌써부터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물론 대선 주자에게는 2년도 짧다. 그러나 각계각층이 너무 일찍부터 선거에 몰입한다면 국정운영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의 주요 현안이 좌초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 임기 5년에 2년 동안 차기 대선에 집중한다면 과연 나라살림은 어떻게 될 것인가.
차기 대선 주자는 대선몰이보다는 현 시국의 난제 해결을 위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의 국가적 최대 과제는 안보위기이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호전성을 노골적으로 나타내는 북한과의 관계, 차후 도발에 대한 대처, 남북한의 평화공존 문제는 국가안보에 사활이 걸린 현안이다. 그동안 허점을 드러낸 국방태세와 안보관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밤낮 없는 진정한 노력이 필요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금은 국가재난이 선포된 상황이다. 구제역이 대책 없이 확산돼 70만 마리를 도살처분하고 6000억 원 이상의 보상금이 소요되는 등 난관에 봉착해 있다. 도살처분되는 소를 위해 마지막 여물을 끓이는 축산농민은 눈물을 흘리고 도살처분하는 공무원의 마음은 애처로울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선 구호는 허공에 메아리칠 뿐이다.
또 세계 금융위기 한파가 아직도 가시지 않았고 금년도 국제금융기관의 한국 경제성장률 예상은 작년도보다 더 낮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복지니 포퓰리즘이니 하지만 경제성장의 동력을 찾지 못하는 한국경제에 당장 처방을 내릴 수 있는 대선 주자는 몇 명이나 있는가. 경제적으로 공정하고 법치적으로 공정한 사회를 위해 뛰는 대선 주자는 과연 누구인가.
안보-경제 위기상황부터 해결해야
지금까지 대선 주자의 승자는 그때그때 시대정신을 잘 표출했다고 한다. 지금의 대선 주자는 2년 후의 시대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벌써부터 미래에 집착하는가. 한국정치는 워낙 변수가 많아 2년 후를 예측할 수 없음을 우리는 앞선 대선 때의 사례로부터 잘 알고 있다.
지금과 같은 국가적 위기상황에서는 대선 운동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때이다. 1년 정도 대선 행보를 걷어치우고 현 시국에 좀 더 몰두하자. 여야 할 것 없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하고 협력을 도모할 때이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평화와 번영이다. 이에 기여하는 자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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