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정훈]장성들의 별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5일 03시 00분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는 3성 장군의 아들이고 미 육사를 수석 입학, 수석 졸업했다. 군대 지휘관의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았고 훈육도 잘 받았다. 극성스러운 그의 어머니는 육사 교정 부근에 호텔 방을 얻어놓고 뒷바라지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출전한 맥아더는 철모도 쓰지 않고 독일군 진지로 달려 나갈 정도로 용맹했다. 그는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해 훈장을 무려 13개나 받았다. 6·25전쟁의 전세를 바꿔놓은 인천상륙작전 때 담배 파이프를 문 맥아더의 모습을 보며 병사들은 승리를 확신하고 적진을 향해 돌진했다.

▷조지 패튼 중장은 반짝이는 철모를 쓰고 상아 손잡이를 한 권총을 차고 다님으로써 병사들이 쉽게 그를 알아보게 했다. 그는 “양처럼 100년을 살기보단 단 하루를 살아도 사자로 살고 싶다” “적이 나를, 조국을 위해 죽게 하라”고 노호했다. 독일 공략에 나선 그는 ‘가장 공격하기 힘든 곳이 가장 방어가 허술하다’며 차에 장성기(將星旗)를 꽂고 병사들 사이를 누비고 다녔다. 그는 ‘총알이 날아가는 소리를 들어야 전세를 파악할 수 있다’는 어록을 남겼다.

▷보병 소대장을 양성하는 미 육군 보병학교의 구호가 “Follow Me”다. 이를 본떠 우리 육군 보병학교도 “나를 따르라”를 구호로 정했다. 미군이 강한 것은 지휘관들이 위험한 전투에 앞장서기 때문이다. 생명을 건 도전에서 거듭 살아남은 장교가 장성이 돼 군대를 이끄니 병사들이 복종한다. 강한 군대일수록 장성 자동차의 별판과 장성기는 권위를 갖는다. 적에게는 공포를, 부하에게는 용기를 일으키는 상징물인 것이다.

▷각 군이 전투형 부대로의 전환 의지를 다지기 위해 장성 자동차의 별판과 장성용 전투화를 없애기로 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말대로 침과대적(枕戈待敵·창을 베고 자며 적을 기다림)하는 자세를 가다듬겠다는 것이다. 노량해전에서 독전을 하다 전사한 이순신 장군이야말로 진정한 지휘관의 표상이다. 장성의 권위는 가장 위험한 순간에 자신을 던져 넣을 때 생겨난다. 전투의지에 불타고 사병들의 존경을 받는 장성이라면 별판과 장성기를 달고 좀 폼을 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위관 영관 장교들도 장성이 되기 위해 군인정신을 연마할 것 아닌가.

이정훈 논설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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