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영순]축산농, 검역-방역을 생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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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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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말 경북 안동에서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호남을 제외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67만 마리 이상의 소와 돼지를 도살처분했고, 마지막 카드라며 사용을 자제하던 백신은 비발생 지역까지 전국적으로 접종하기에 이르렀다. 벌써 7000억 원가량의 직접적인 경제 손실이 빚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에서 지방 경제의 숨통이라 볼 수 있는 5일장이 폐쇄되고 지역축제가 취소됐으며 꽃값 하락에 따른 화훼농가의 피해 등 간접비용까지 합산된다면 수조 원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했던 크나큰 재앙이다.

구제역 지역 다녀오고도 검역 회피

구제역이 창궐한 이유는 자명하다. 아무런 방역태세도 강화하지 않은 채 중국 몽골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같은 구제역 발생국과 인적 물적 교류를 활짝 열었기 때문이다. 2000년 이전에 60년 이상 구제역 발생이 없었던 것은 방역을 잘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이유로 그들 국가와 교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마지막 카드로 백신을 접종한다고 하지만, 백신은 접종 후 항체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이 바이러스가 잠복해 임상증상 없이도 약 3년간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전염원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백신 접종 후 사후 관리가 철저해야 하는데 잘 지켜질지 걱정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쳐 많은 예산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미봉책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 구제역 청정국을 보면 그런 정부의 노력이 계속돼왔다. 전자산업, 중화학 공업, 조선 능력으로는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가축방역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체계적이고도 중장기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

정부의 땜질식 미봉책 말고도 지적하고 싶은 것은 축산업 종사자의 자율적인 방역의식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초의 구제역 발생으로 정부는 구제역 발생국을 다녀온 축산종사자가 입국할 때 공항에서 소독과 검역을 받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대상자 2만 명 가운데 9400명이나 검역을 받지 않았다. 자기 목장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자율적으로 해야 하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 책임을 면치 못할 행동이다. 방역소독도 국가가 해주기만을 바라면 안 된다. 자기 목장의 방역소독은 자체적으로 스케줄에 따라 철저하게 시행해야 한다. 사정이 이런 데도 자기 목장의 소독을 정부에 부탁하는 전화가 비일비재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외국인노동자 교육-관리도 중요

국내 농촌의 양돈과 한우사육의 형태를 보면 외국인 노동자를 쓰지 않는 농장이 거의 없을 정도다. 한두 명에서 4명까지 모두 외국인 노동자를 쓴다. 거의 모두 구제역 발생국에서 들어온 인력이다. 축산농에서는 주인이 아침저녁으로 밥을 주면서 가축을 살피고, 구제역 감염의 증상인 콧물이 흐르거나 입과 코 주위에 수포가 생기면 즉시 대처해야 한다. 이들 외국인 노동자는 단순 노동만 하는 인력이라서 전문성도 없고, 교육도 되어 있지 않다. 방역이 제대로 되기 어렵다. 주인이 거의 매일 없다시피 한다면 이들이 축사소독을 성의 있게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간단한 위생수칙 또한 잘 지킬지 의문이다.

정부는 축산농에 대한 완벽한 보상제도 구축에만 급급하지 말고 일정 수준 이상의 시설기준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위생관리를 할 수 없는 축산농은 폐쇄하는 내용의 허가제를 가급적 빨리 실시하고 외국인 노동자의 관리도 등록허가제를 도입해 강력히 단속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관리 상태가 수준 이하인 축산농은 도태돼야 한다.

이영순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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