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인선 실패의 최종 책임은 인사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지만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도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임 실장은 지난해 8월 국무총리와 문화체육관광부 및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실 검증과 부적격자 추천의 책임이 있었다. 청와대는 이를 계기로 고위공직자 인선 대상자로부터 200개 항목의 문답서를 제출받고 모의 인사청문회까지 도입했다. 그럼에도 이번에 정 후보자 같은 부적격자를 걸러내지 못했다.
청와대가 공정한 사회라는 기치를 높이 들었지만 공정성이 체화(體化)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인사 실패다. 임 실장과 정 후보자는 고교 선후배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인식을 소홀히 하고 회전문 인사의 편의주의와 연고주의에 기울어져 이 같은 실패를 불렀다고 본다.
정 후보자는 2007년 11월 대검 차장으로 퇴임한 이후 1주일 만에 로펌으로 자리를 옮겨 7개월 동안 7억 원을 받았다. 대통령직인수위에 참여한 뒤에는 급여가 2배 이상 뛰었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근무 당시 발생한 국무총리실 소속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의혹도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대통령수석비서관 출신을 감사원장에 임명하는 것도 올바른 인사는 아니다. 청와대에 과연 정상적인 참모 기능이 있는가.
한나라당 최고위원회가 어제 정 후보자에 대해 “감사원장으로서 적격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면서 사실상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여당의 정 후보자 자진사퇴 공개 요구를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현상으로 해석하지만 잘못된 인사를 강행한다고 레임덕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정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해도 ‘민본21’ 소속 의원들을 비롯한 당내 반발 때문에 청문회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