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정부나 대선 후보자들이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말한다. 고령화시대를 대비해 개인의 필요와 선호에 맞춘 복지 제공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선진국처럼 마땅히 들어가야 할 ‘말기 케어’의 개념은 왜 보이지 않을까? 캐나다 국회는 ‘모든 캐나다인의 권리’라는 상원보고서를 통해 말기케어를 위한 국가전략의 5개년 실행계획을 수립해 연방정부로 하여금 실적을 국회에 보고하도록 정책을 만들었다. 캐나다 국민의 존엄한 죽음을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검사 도중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연세대병원 김 할머니’가 숨진 지 1년이 됐다.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대법원 판결과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 관련 사회적 협의체의 활동 등 정부의 노력은 죽음이 임박한 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중단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다. 마치 연명치료만 중단하면 품위 있는 죽음의 문제가 해결이라도 될 듯이 말이다.
연명치료 중단 논의가 말기 환자의 돌봄을 위한 여건을 얼마나 개선했는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많은 말기 환자는 여전히 삶이 몇 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삶을 정리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 삶의 마지막을 의탁할 만한 곳을 찾는 환자에게 마땅히 권할 만한 호스피스 의료기관이 없어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 헤매는 환자를 보면 너무 안타깝다.
환자나 국민이나 10명 중 9명은 연명치료 중단을 희망한다. 말기 환자 간병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며, 가족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심정을 보여주는 어두운 현실을 입증하는 것은 아닐까? 매년 죽어가는 20만 명 이상의 말기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소홀히 한 채, 편의적으로 혹은 방어적인 입장에서 죽음을 외면하기 위한 수단으로 연명치료 중단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할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삶을 재조명하며 소중한 추억으로 완성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인공호흡기를 단 채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 사랑한다는 작별인사를 할 수 없다. 그러나 임종환자의 돌봄을 보장할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명치료 중단만을 제도화한다면 현대판 고려장과 같은 부작용이 생길지도 모른다. 의학적으로 타당한 치료임에도 불구하고 사회경제적 부담 때문에 치료 중단의 선택을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일이 없도록 예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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