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과 덩샤오핑 부총리의 역사적인 회담에 비견된다. 카터와 덩의 회담이 수교 직후 미중 관계를 설계하는 자리였다면 이번 회담은 주요 2개국(G2)이 세계 전략에서 ‘협력과 경쟁’ 구도를 확인하는 장이 될 것이다. 이번에도 32년 전 회담에서처럼 북한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그제 중국 베이징에서 후 주석과 회담한 뒤 북한에 미사일과 핵 실험의 모라토리엄(유예)을 요구했다. 미중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성격의 회담을 마친 게이츠 장관은 “북한이 5년 내에 개발할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 핵무기와 함께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게이츠 장관의 모라토리엄 요구가 “북한이 이행해야 할 행동 중 하나”라고 거들었지만 중국 정부는 아무런 논평을 하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한국 또는 북한의 동맹국, 북핵 6자회담 참가국으로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함께 지킬 책임이 있다.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과 후 주석이 G2 지도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한반도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 구체적인 성과를 낼 것을 요망한다. 또한 양국 정상이 북한 지도자를 지목해 핵 개발 및 무력 도발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북한이 구체적으로 보여야 할 변화의 행동 목록을 함께 제시해 주기를 기대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한반도 안정뿐 아니라 동북아 평화와 ‘핵 없는 세계’를 앞당기는 길이고, 미중 양국의 국익에도 부합한다.
오바마 대통령과 후 주석이 북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합의와 한목소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계속 평행선을 달리면 북한은 자신들의 행보를 막을 장애물이 사라졌다고 판단할 것이다. 북한은 더욱더 모험적인 군사국가로 치달아 핵과 미사일로 한국을 위협하면서 글로벌 평화의 파괴자가 될 것이다.
이럴 경우 한국과 일본도 자위 차원에서 특단의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결과 동북아의 핵 군비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후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결연한 대북 공조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북한 핵을 방조해 세계를 더 광범위하게 핵의 위험에 노출되도록 한 지도자로 기록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