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웅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이 앞으로 이념적 투쟁 대신 수업과 학교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1일 전교조 행사에서 “지난 20년간 준비한 참교육의 가치와 내용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학교를 만들어 국민에게 ‘이것이 진정한 학교’라고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학교 개혁이 과연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공교육 개혁을 의미하는지는 의문이다.
전교조와 코드가 같은 좌파 교육감들은 서울 경기 등 6개 시도에 진출해 그들의 이념에 맞는 교육정책을 강력하게 밀고 나가고 있다. 전교조가 지지하는 세력이 전국 교육 권력의 상당 부분을 장악한 이상 공연히 이념 투쟁을 내세워 국민의 거부감을 초래할 이유가 없다고 계산하고 있을지 모른다. 좌파 교육감이 쏟아내는 교육정책을 학교 현장에서 구현하는 ‘현장 투쟁’으로 전교조의 운영 방향을 튼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좌파 교육감들이 착수한 학교 개혁은 많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들이 학생인권조례를 강행한 이후 교사가 학생에게 욕설을 듣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의 학교 밖 정치집회 참여를 허용하는 조례까지 추진하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임기 내 교육예산의 63%를 무상급식 등 ‘보편적 교육복지’에 배정하고 13%를 수준별 교육과정 운영 등 학력 향상에 사용할 계획이다. 학교가 학력보다 복지에 더 신경을 쓰면 작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꼴찌였던 서울의 학력은 더 떨어질 우려가 크다. 전교조의 학교 개혁도 이런 정책이 현장에 착근되게 하는 식이라면 학부모들이 바라는 학교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장 위원장은 교원 평가제 반대를 내걸고 당선됐다. 전교조는 현재의 교육이 ‘경쟁 만능의 교육’이라며 학력 향상 교육에도 반대한다. 장 위원장은 교육정책 개발과 대안 제시를 전교조의 본령인 듯 말했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이 원하는 교사는 ‘잘 가르치는 교사’다. 이 점에서도 학교 개혁에 대한 전교조와 학부모의 인식은 차이가 있다. 장 위원장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교육 의제를 주도할 것”이라고 밝혀 정치 참여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교조가 진실로 학교 개혁을 최우선으로 한다면 교원 평가부터 수용해야 한다. 학교 개혁의 성공 여부는 교원의 자질과 책임의식에 달려 있다. 교원 평가를 거부하면서 무엇을 위한 학교 개혁을 하겠다는 것인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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