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은 우리와 다르다.” 1920년대 미국의 황금기를 그린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장편소설 ‘위대한
개츠비’(1925년)에 나오는 말이다. 당시 상류층은 물려받은 재산으로 정계 재계 사교계를 주름잡았다. 21세기의
슈퍼리치(super rich)는 또 다르다. 탁월한 능력을 테크놀로지와 세계화로 극대화해 막대한 연봉을 받는 ‘근로
부유층’이다. 활발한 자선활동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지만 최상류층에서 보통사람과는 동떨어져
살아간다.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현빈이 연기하는 최고경영자(CEO) 김주원도 보통 드라마의 재벌
2세와 다르다. ‘삼신할머니의 랜덤(random·무작위)’ 배치 덕에 부자로 태어났지만 ‘여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능력
있는’ 슈퍼리치다. 백화점을 물려받자마자 최상류층 공략 마케팅으로 업계 1위를 만들었다. 미국 명문대를 나온 그에게 스턴트우먼
길라임처럼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과 마주칠 기회가 있었을 리 없다.
▷‘신기하고 얼떨떨하던’ 그 여자와
‘함께 있으면 모든 것이 동화가 되는’ 단계까지는 신데렐라 드라마 같았다. 하지만 결혼도 ‘일생일대의 인수합병’이라고 믿는 잘난
남자는 여자에게 “적당한 때 인어공주처럼 사라져 달라”고 요구한다. 그가 여자의 환경까지 받아들이게 된 건 두 사람의 영혼이
바뀌고, 시련을 공유하면서부터다. 소방관인 아빠가 순직한 뒤 ‘나라에서 나오는 돈’으로 살았다고 여자가 말하자 남자는 “(세금)
더 낼 걸 그랬다”고 나직하게 받았다.
▷이 까도남(까칠하고 도도한 남자) 역할을 현빈 말고 다른 남자가 했어도
‘주원앓이’ 팬이 넘쳤을까. 툭툭 던지는 대사로 건방을 떨다가도 여배우까지 설레게 만드는 시선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흔치
않다. 드라마에서 유독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강조했던 그가 해병대에 지원했대서 화제다.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은 “요새
‘노블레스(고귀한 신분)’는 연예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현빈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고 환호했다. 남자들 일각에선
군대가 무슨 도덕적 의무냐, 훈련이나 제대로 받겠느냐며 질투 섞인 반응이다. 하지만 권력자 자식 중에는 그런 사례도 흔치 않으니
무슨 말을 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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