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몇 살부터 노인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4일 03시 00분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인 미국의 피터 드러커는 96세로 숨질 때까지 왕성한 저작활동을 했다. 올해 90세인 헬렌 토머스 기자는 지난해 허스트뉴스서비스사에서 퇴직하기 전까지 49년간 백악관을 출입했다. 대법관은 종신제이고 테뉴어 교수들도 건강과 지성이 허락할 때까지 강단에 선다. 퇴직 연령이 따로 없는 미국 전문직 노인들의 활기찬 모습이다.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 박상철 소장은 11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고령자란 심포지엄’에서 “노화는 비가역적(非可逆的)이고 불가피한 변화가 아니라 가역적이고 능동적 변화”라고 정의했다. 요즘 60대는 노인이라고 명함을 내밀기도 어렵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한국 남자의 평균 기대수명은 77세, 여자는 83.8세다. 40년 전인 1970년보다 18.6세 늘어났다. 현재 40세는 90세까지는 바라볼 수 있다는 얘기다.

노인의 기준이 65세로 정해진 것은 평균 기대수명이 50세 미만이던 19세기 후반 독일 재상 비스마르크 때다. 당시 65세면 지금의 90세에 해당된다고 박재갑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설명한다. 노인의 건강연령이 젊어지고 평균수명은 늘어나는데도 법과 제도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 퇴직연령은 55∼60세에 맞춰져 있고 노령수당 지하철무임승차 등 각종 혜택도 65세에 맞춰 시작된다. 심지어 국민연금 수급연령은 60세다. 신체 건강하고 일할 의지도 있는데 65세 이상이라고 부양 대상이 되는 것은 사회적 재앙을 예비한다. 노인을 부양하는 청년층 부담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나이를 기준으로 노인을 규정할 것이 아니라 미국처럼 신체적 정신적 시대적 사회경제적 요인을 포함한 새로운 평가기준이 나와야 한다. 평균 기대수명이 80.5세(2009년 기준)인 시대에 65세를 노인으로 규정하는 것은 몸에 맞지 않는 옷과 같다. 일률적인 퇴직연령을 없애고 개인차를 반영한 탄력적 복지제도가 필요하다. 부자에게까지 무상급식 무상의료를 제공할 게 아니라 노인들이 더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진정한 복지다. 노인을 보살핌의 대상이 아니라 능동적 사회참여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짜야 한다.

노인이란 용어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노인은 공경의 대상이지만 쓸모없는 존재라는 느낌을 준다. 미국에서는 노인을 ‘시니어 시티즌(Senior Citizen)’이라고 부른다. 시니어라는 말엔 풍부한 경륜이, 시티즌이라는 말에는 책임감이 느껴진다. 2018년이면 우리도 65세 이상 인구가 14%에 이르는 고령사회에 들어간다. 되돌릴 수 없는 고령화의 물결 앞에서 노인 개념을 새로 정립해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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