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재스민 혁명과 함박꽃 혁명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8일 03시 00분


북아프리카의 튀니지는 세속적인 이슬람 국가다. 여자들은 대부분 히잡을 쓰지 않는다. 그래도 자식을 많이 낳는 이슬람 전통이 그대로 남아 인구의 절반가량은 25세 이하의 젊은이로 구성돼 있다. 진 엘아비딘 벤 알리 대통령이 23년 동안 장기 집권한 이 나라에서 젊은이들은 다른 대통령을 알지 못하고 자랐다. 만연한 청년실업으로 젊은층의 좌절과 분노가 끓어올라 격렬한 시위로 이어지면서 벤 알리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길에 올랐다. 이 나라의 국화 이름을 딴 재스민 혁명이 성공한 사회경제적 배경이다.

▷이 나라는 휴대전화 사용에 거의 제한이 없고 인구 1040만 명 중 350만 명이 정기적인 인터넷 사용자다. 160만 명이 페이스북에 가입돼 있다. 휴대전화와 인터넷 그리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는 젊은이들의 저항을 결집시켰다. 누리꾼들은 당국의 검열에도 불구하고 튀니리크스(Tunileaks)라는 사이트를 만들고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대통령과 친인척의 비리를 전해 시위대의 분노에 불을 질렀다. 튀니지 당국은 유튜브까지 차단하며 저항의 확산을 저지하려 했지만 ‘튀니리크스’를 막지 못했다.

▷북한에서 사용되는 컴퓨터는 거의 대부분 인터넷이 연결돼 있지 않다. 북한은 젊은이들을 상대로 컴퓨터 교육은 열심히 시키지만 인터넷 사용은 정권의 사활을 걸고 통제한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주요 임무는 오래전에 남한과 중국의 영화나 방송물의 반입을 막는 것으로 바뀌었다. 중국 휴대전화를 몰래 들여와 국경 인근에서 외부와 연락하는 북한 주민이 있긴 하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 단파라디오 풍선 확성기를 이용해서라도 북한에 제대로 된 소식을 알리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정부는 지난해 천안함 폭침 이후 ‘대북심리전’을 재개하겠다고 했으나 확성기 방송에는 소극적이다. 휴전선 주변에는 많은 북한 젊은이들이 인민군으로 근무하고 있다. 북한 젊은이들도 김정일의 호화로운 사생활을 제대로 알고, 3대 세습 시도가 세계에서 얼마나 비웃음을 받는지 듣게 되면 달라질 것이다. 북한의 국화는 함박꽃이다. 북한에도 진실에 눈뜬 주민의 분노에 평양 정권이 굴복하고 ‘함박꽃 혁명’이 이뤄지는 날이 올 수 있을 것인가.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