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대학 총장들의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그제 총회에서 “정부의 입시정책 강요는 교육관치(官治)의 부활”이라는 성토를 쏟아냈다. 허종렬 서울교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등록금 상한제, 논술비중 축소 등 정부가 일률적으로 시행하는 대학 규제는 대학 자율성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기수 회장(고려대 총장)은 “현 정부 출범 때 교육정책 기조로 내걸었던 경쟁과 효율이 지금 싹 들어갔다”고 꼬집었다.
교육 자율화와 경쟁을 통한 공교육 강화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선거를 앞둔 2007년 10월 23일 이 후보는 “교육인적자원부가 대한민국의 모든 교육을 쥐고 있는 한 교육선진화는 없다”고 말했다. 교육의 정도(正道)에 부합하는 공약이었다. 하지만 집권하고 나서는 교육정책 기조가 ‘자율과 경쟁’보다는 ‘통제와 변별력 약화’ 쪽으로 기울었다. 잠재력 있는 아이들을 세계 최우수 인재로 키워야 국가의 지속적 발전과 국민 삶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물리 올림피아드’ 같은 대회 입상 기록까지 덮도록 하는 졸렬한 정책을 이 정부가 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사교육을 줄여 많은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정부의 충정은 이해되고도 남는다. 그러나 이 정부가 사교육비 경감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펼치고 있는 정책들은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 이 정부 들어 사교육이 더 번성하고 있다는 국세청 통계가 최근에 나왔다.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은 대교협 총회에 모인 총장들에게 “창의적 교육을 위해서는 내신도 절대평가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고교에서 명문대 입학생을 늘리기 위해 ‘내신 조작’까지 하는 상황에서 절대평가를 도입했다가는 대부분의 일선 고교가 수험생에게 최고 등급을 주는 사태를 맞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교육당국자들은 자신들만이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교육의 진정한 당사자는 학교 학부모 학생이다. 곽 위원장이 그제 말했듯이 지난 30년 동안 공교육 살리기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이유는 교육관치 때문이다. 정부가 이를 알고도 또 다른 ‘교육 간섭꾼’의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대교협도 지금까지 교과부의 하수인 역할에 안주하지 않았는지 자성해야 할 것이다. 일부 대학은 교육시장 개방을 막아주는 정부의 등 뒤에서 관치를 즐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