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이대호 선수의 연봉조정 결과는 예상대로 소속 프로야구 구단인 롯데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그 ‘예상’의 근거는 지금까지 수립된 연봉조정 심판에서 선수와 구단의 승패 확률이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선수가 구단의 연봉 책정에 반발해 조정위원회의 심판을 청구한 사례는 19차례였으나 선수가 요구한 연봉 액수가 받아들여진 것은 1차례에 불과했다. 줄곧 연봉조정은 ‘선수들의 무덤’이었다. 이 선수가 웃게 될 가능성은 처음부터 그리 높지 않았다.
▷두 번째 근거는 조정위의 편향성이다. 조정위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선정하는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번 심판에는 KBO 사무총장, KBO 고문변호사 등 KBO 관련 인사와 야구인들이 참여했다. 미국프로야구(MLB)에서는 선수노조와 MLB가 모두 동의하는 조정관 3명이 결정을 내린다. MLB와는 이해관계가 없는 판사 변호사 법학자들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조정위는 구단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도다. MLB에서 나온 조정 결과는 ‘선수 승리’가 42.4%, ‘구단 승리’가 57.6%로 집계되고 있다.
▷지난해 이 선수는 프로야구 세계신기록인 9경기 연속 홈런과 타격 7관왕에 오르는 활약을 펼쳤다.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기록이다. 조정위원들조차 “이 선수의 성적은 이 선수가 요구한 7억 원의 연봉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했을 정도였다. 인터넷에선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롯데 구단을 비판하는 소리도 적지 않다. 구단 제시액수인 6억3000만 원과 7억 원의 차액인 7000만 원을 팬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벌충해 주자는 제의도 나온다.
▷프로야구 선수로 구성된 한국 야구대표팀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승한 이후 프로야구 관람객이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60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야구장을 찾았다. 야구 열풍은 직장 내에서 야구를 잘 모르면 대화에서 소외될 정도의 사회 현상으로 발전했다. 구단들은 과도한 선수 연봉에 따른 ‘만성 적자’를 걱정하지만 프로야구단을 가지려는 기업이 속속 나오고 있다. 야구단을 통한 홍보 효과가 톡톡하다. 프로야구가 새로운 국면을 맞은 이상 구단의 접근방식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연봉조정 제도를 포함한 프로야구 운영 전반에서 업그레이드가 이뤄져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