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면 무상급식, 빈곤 아동 두 끼 굶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5일 03시 00분


강명순은 이화여대 2학년에 다니던 1972년 서울 도봉구 빈민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가난한 동네의 헐벗은 삶을 목격하고 빈민(貧民)운동에 뛰어들었다. 목회자인 남편을 따라 사당동 판자촌에 들어가 어린이들을 보살폈다. 1986년 단돈 1000원으로 부스러기선교회를 만들어 지역아동센터 1700여 곳의 아동 5만여 명을 지원하는 부스러기사랑나눔회로 키웠다. 30여 년 동안 빈민운동의 외길을 걸어온 그는 전문성을 인정받아 2008년 한나라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의원이 됐다. 강 의원은 빈민아동 복지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의정 활동을 펴는 정치인으로 야당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강 의원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면 무상(無償)급식으로 가장 타격을 받는 계층은 가난한 지방자치단체에 속해 있는 빈곤 아동”이라고 말한다. 그는 “무상급식으로 대규모 복지자금이 빠져나가면 결식아동들에게 아침과 저녁 식사용으로 지급하는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결식아동 1인당 급식 예산이 가장 적은 광주광역시에서는 결식아동 10명 중 5명만이 아침과 저녁용 급식 쿠폰을 받고 있다”고 예시했다. 지금도 일부 결식아동이 예산 부족으로 하루 두 끼를 굶고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 전면 무상급식이 실시되면 형편이 더 어려워질 게 분명하다.

결식아동 지원사업은 2005년 지방정부로 넘어갔지만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2009년 한시적으로 일부 국비(國費)가 지원됐다. 2010년에도 50%만을 국고에서 지원했으나 올해부터는 중단되면서 광주 등 일부 지자체는 지원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강 의원이 조사한 결과 전국 232개 아동급식위원회 중에서 지난해 상반기에 급식 대상을 정하는 회의가 한 번도 열리지 않은 곳이 36곳이나 됐다. 법이 정한 결식아동 지원조차 제대로 못하면서 ‘전면 무상급식’ 운운하는 것은 현실에 눈감은 무책임의 극치다.

지난해 여름방학 때 정부가 급식을 지원한 결식아동은 48만3567명으로 6개월 전보다 7123명이나 많았고, 2008년의 41만5519명에 비해서는 7만 명 가까이 늘어났다. 결식아동 지원예산을 늘리기는커녕 기존 예산마저 전면 무상급식 예산으로 돌리려는 것은 저소득 계층을 위한 예산을 중산층이 빼앗는 것과 다름없다. 민주당 일각에서 “공짜, 무료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무상이 민주당의 복지정책을 정확히 표현하는 단어라고 할 수 없다”는 내부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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