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니컬러스 크리스토프]베이징의 인터넷 검열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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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5일 03시 00분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쉿! 중국 정부에는 비밀이다. 나는 최근 중국어 블로그를 만들었다. 이곳엔 반체제 인사에 대한 찬양이 담겨 있다. 블로그 주소는 ‘blog.sina.com.cn/jisidao’다.

내 블로그가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아마도 중국 보안당국이 재빨리 이를 ‘허셰’(和諧·harmonize)시킬 것이다. 중국 당국은 조화로운 사회를 위해 ‘불온한’ 웹사이트를 ‘허셰’시키고 있다.

중국엔 인터넷 사용자가 4억5000만 명이나 되고 블로거도 1억 명에 이른다. 류샤오보는 “인터넷은 중국인을 위한 신의 선물”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의 인터넷은 공산당 독재를 위한 공간일 뿐이다.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는 인터넷에 올린 글 하나를 문제 삼아 한 여성을 강제 노역형에 처했다. 내 딸은 중국에서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이용이 제한되는 것에 아직도 적잖이 분개한다.

그래서 나는 중국의 온라인 검열 실태에 대한 작은 실험에 착수했다. 중국어 버전의 블로그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불길했다. 블로그를 만들려니 ID 카드번호와 휴대전화 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했다. 문제 많은 누리꾼이 발견되면 빨리 솎아내려는 당국의 의도였다.

하지만 한번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니 검열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느슨한 편이었다. 류샤오보에 대한 글도 문제없이 업로드가 됐고 파룬궁에 대한 언급도 검열자의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1989년 6월 4일의 톈안먼 학살에 대한 글을 쓰자 처음엔 자동으로 업로드가 됐지만 20분 후에 바로 삭제됐다.

중국 정부의 고민은 인터넷 글을 일일이 단속하기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고 자동 필터링 시스템도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또 중국 누리꾼들은 금칙어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안 구절을 쓴다. 예를 들어 6월 4일은 6월 2+2일, 또는 5월 35일 등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또 ‘프리게이트(Freegate)’ 같은 외국 프로그램을 써 금지된 사이트에 접속하기도 한다.

중국인들은 생각보다는 그다지 정치에 관심이 없다. 인터넷에서 복수정당제 민주주의에 대한 글을 발견하는 것보다 포르노를 찾아내는 것에 더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인터넷 문제는 다르다.

한 저명한 블로거는 요즘 중국 당국이 중앙정부는 몰라도, 지방정부를 비난하는 글에는 관대하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최악의 인권침해 사례는 주로 지방정부에서 나오는 만큼 이는 미약하나마 의미 있는 진전이라 할 만하다. 나는 인터넷이 중국을 개조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라는 것에 류샤오보와 견해를 같이한다.

나의 실험은 혼재된 결과를 낳았다. 내 블로그는 단기간에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나의 한 중국인 친구가 자신의 트위터에 내 블로그를 소개한 지 한 시간 만에 결국 당국에 ‘허셰’를 당하고 말았다(현재 내 블로그에는 ‘블로그가 이미 폐쇄됐다’는 짧은 메시지가 뜬다).

이전에 별도로 하나 더 만들어 놓은 중국어 블로그가 있는데 여기에도 류샤오보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있다. 그동안 난 이 블로그에 대해서는 그다지 광고를 하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중국 당국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번 실험의 교훈을 말하자면 중국의 온라인 공간은 너무나 방대해서 정부가 일일이 모니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당국은 누리꾼을 감옥에 보낼 수는 있겠지만 정보 혁명 자체를 막진 못할 것이다. 수많은 블로그가 앞으로 중국의 인터넷을 달구길 기원한다.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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