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윤종]‘국립공원내 골프장’ 심의과정 문제투성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5일 03시 00분


김윤종 사회부 기자
김윤종 사회부 기자
21일 환경전문가들의 눈은 국립공원관리공단(공단)으로 쏠렸다. 이날 공단은 ‘가야산국립공원 내 골프장 설치’에 대한 심의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공단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가야산뿐 아니라 치악산 등 다른 국립공원 안에서 건립을 추진 중인 골프장의 운명도 좌우되기 때문에 관련 업계와 환경단체의 관심이 집중됐다.

골프장 건설업체 백운은 지난해 12월 30일 가야산국립공원 내 일부 지역(103만9000여 m²·약 31만4297평)에 골프장을 짓기 위해 ‘공원사업 시행 허가신청서’를 공단에 냈다. 현행 자연공원법상 국립공원 안에는 골프장을 설치할 수 없다. 그러나 백운 측은 “1996년 골프장 설립 금지 규정이 발효되기 전인 1991년 공단 측에서 골프장 건립을 허가한 만큼 가능하다”며 신청서를 제출했다. 해당 지역 주민은 자연 훼손을 이유로 골프장 건립에 반대했지만 공단은 “자연공원법에 따라 21일까지 최종적인 방침을 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1일이 되자 공단은 석연치 않은 태도를 보였다. 공단은 이날 업무시간인 오후 6시까지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기자가 문의할 때마다 담당자들은 “오늘 안에 결정이 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특히 심의결과를 최종 승인해야 할 엄홍우 공단 이사장은 오후 5시경 결재도 하지 않은 채 퇴근했다. 오후 8시가 돼서야 공단은 “백운이 오후 6시 반 골프장 건립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왜 업체가 신청을 철회할 때까지 심의결과를 내리지 않았는지 공단은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동안 국립공원 내 골프장 건립을 놓고 공단 내부에서는 의견차가 심했다. 일부 임원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긍정적인 반면 실무자들은 “환경이 훼손된다”며 부정적이었다. 공단 일각에서는 “윗분들이 개발을 중시하는 현 정부의 눈치만 보는 것 같다”는 불만도 흘러나왔다. 일부 직원은 “자연공원법 심의 규정에는 ‘한 번 불허되면 다시 신청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며 “백운 측이 불허 사실을 미리 알고 철회한 것 같다”는 분석도 했다. 실제로 21일 최종 승인을 위해 엄 이사장에게 보고된 문건에는 ‘골프장 건립 불허’라는 내용이 들어있었다고 공단 노조는 밝혔다.

백운이 다시 허가신청서를 내지 않는 한 가야산국립공원 내 골프장 건립 논란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골프장 사업 허가와 관련한 심의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인 공단은 존재 목적 자체를 스스로 망각한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김윤종 사회부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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