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정 안정 없이는 복지도, 통일도 모래성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7일 03시 00분


한국의 국가채무 규모가 종전보다 최대 100조 원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그동안 나랏빚에서 제외됐던 공공기관과 공기업, 각종 기금의 부채가 국제기준에 따라 새로 포함되기 때문이다. 새 기준에 따르면 2009년 말 현재 국가채무는 약 460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국가채무 비율은 43.2%로 9.4%포인트 높아진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치인 53.8%보다는 낮지만 우리는 급속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복지지출의 증가 속도가 OECD 회원국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재정 부담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2000년부터 2007년 사이에 우리나라 복지지출의 증가율은 연평균 7.8%로 OECD 회원국 평균 증가율(0.3%)의 26배에 이른다. 우리보다 복지지출 증가속도가 낮은 포르투갈(3%) 그리스(1.8%) 이탈리아(1.1%) 스페인(0.9%) 같은 남유럽 국가들도 복지 부담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우리는 복지지출의 무서움을 모르고 마구 늘리고 있는 꼴이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무상 시리즈’ 복지를 도입하면 복지 지출은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히 증가할 것이다. 복지를 추가로 확대하지 않아도 GDP에서 복지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9.2%(잠정 추계)에서 2030년에는 미국 수준인 16%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무상 시리즈’ 복지까지 시행하면 OECD 평균인 19.3%에 육박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복지 부담이 지금의 2배 수준이 되면 세금 부담도 곱절로 늘어날 것이다.

‘복지 천국’이라고 자랑해온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들도 과도한 재정부담 때문에 다투어 복지 축소에 나서고 있다. 작년에 재정위기를 겪은 남유럽 국가들은 복지 축소와 증세(增稅)를 시도하고 있지만 과잉 복지에 맛들인 국민의 저항에 부닥쳐 사회 불안을 겪고 있다.

우리는 국가 안보와 통일에도 대비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다. 재정이 안정되지 않고는 복지는커녕 안보와 통일도 모래성에 불과하다.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로 편을 갈라 논쟁하는 일보다 재정 안정화가 더 시급하다. 그렇다고 섣불리 세금 부담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복지세 부유세 통일세 같은 세금을 더 거두는 것보다 경제성장과 복지지출의 제한을 통해 전체적인 재정 안정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한 복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라 재정이 튼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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