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소련이 냉전(冷戰) 중이던 1970년대 미국 지미 카터 정부에서 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소련을 이기기 위해 다양한 군사 외교 전략을 구사했다. 그가 1997년 출간한 ‘거대한 체스판’은 자신의 경험을 손자 세대에게 전하기 위해 쓴 세계 전략 입문서다. 그는 ‘미국이 패권을 놓치면 세계에서는 더 많은 폭력과 무질서가 일어나고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은 줄어들 것’이라고 밝힌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의 의견을 소개하며 미국 패권론을 정당화한다. 마치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체스를 두는 느낌을 준다.
▷어제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특강을 한 미국기업연구소의 마이클 마자 연구원(28)은 브레진스키로부터 세계 전략을 교육받은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코넬대에서 학사, 존스홉킨스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이 젊은이는 부모 세대가 다수인 한국 청중에게 “단기적으로는 강압적인 군사전략을 구사해 북한의 핵 개발과 무력 도발을 종식시키고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내부 분열을 유도해 한반도를 통일하는 전략을 구사하라”고 조언했다. 또 그는 “한국인은 통일 한국이 중국 경제에 큰 이익이 된다는 점을 중국에 심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은 전쟁을 가장 많이 해본 나라다. 실패와 성공이 뒤섞인 경험을 해봤기에 미국은 정교한 군사 외교 전략을 세워 행동으로 옮기는 현실적 선택을 한다. 마자는 이를 알기에 한국이 통일을 이루고자 한다면 한반도의 패권을 잡아야 하고, 이를 위해 군사력 사용을 주저하면 안 된다고 말한 것이다. 북한이 도발하면 중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과감히 응징하라는 얘기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계기로 동북아시아가 요동치고 있다. 한반도 문제로 대립하던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을 하자 날을 세우던 남한과 북한이 갑작스럽게 대화로 돌아섰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분위기다.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 열도 문제를 핑계로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북핵 문제를 종결짓고 통일을 이루려면 한국은 한반도 주변 강대국을 끌고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냉철한 분석과 함께 단호한 자세가 요구된다. 한국에서도 마자처럼 거대한 장기를 둬보겠다는 젊은이들이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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