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원호]지배층 배만 불린 아프리카 원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9일 03시 00분


조원호 한국국제협력단 이사
조원호 한국국제협력단 이사
독일 철학자 헤겔은 아프리카 대륙을 자신 속으로 움츠려 있는, 세계와 단절된 미성숙한 곳으로 보았다. 그러나 아프리카 대륙은 헤겔의 관찰과는 달리 이상야릇한 형태로 세계와 접목하여 왔다. 아프리카 대륙은 19세기 말까지 노예와 황금, 재화로 세계와 관계를 맺었다. 최근에는 에이즈, 밀입국, 해적, 원조 등으로 외부 세계에 합류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대륙은 쿠데타와 전쟁으로 세계의 주목을 끌면서 많은 원조를 받아왔다. 1963년 중서부 아프리카에 위치한 토고에서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처음으로 쿠데타가 발생했다. 나이지리아 군인들은 집권세력을 ‘쓰레기 중 쓰레기’로 치부하고 1966년 쿠데타를 시작한 후 1990년대 초반까지 8차례에 걸쳐 ‘쓰레기’를 치웠다. 지난 반세기 동안 아프리카 대륙에서 이렇게 ‘쓰레기’를 치운 횟수가 250회가 넘는다. 전쟁과 쿠데타를 일으키면 새로운 집권층은 두 가지 큰 혜택을 받는다. 우선, 국가를 사유화할 수 있다. 다음으로 구집권층이 진 대외부채가 탕감되고 신집권층은 민주화와 민영화 등 소위 워싱턴 컨센서스에 따라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약속하에 원조를 받게 된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축재는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정치적 덕목이고 우주가 주는 힘을 상징한다. 때문에 아프리카 집권층은 원조 등으로 축재한 부를 공개적으로 과시하며 국민들로부터 정치적 지지를 받아왔다. 자이르의 세세 모부투 전 대통령은 집권 22년 때 42억 달러로 추산되는 해외 계좌를 소유하고 있음을 과시하였다. 아프리카 집권층이 1970∼96년 부채 상환 목적으로 차입한 돈을 개인 재산으로 해외에 축재한 액수는 1870억 달러에 이른다.

이들 집권층은 경제 사회적 발전으로 국민의 지위가 향상되면 자신의 지위가 약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은 국가의 번영을 위한 제도적 정비를 하지 않았다. 국가다운 국가를 설립하기보다는 전쟁과 쿠데타 등 외부 관심을 끄는 ‘건수’를 올리는 데 주력해 왔다. 그러면서 자본주의도, 공산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제3의 자생의 길이라는 차별된 길을 간다는 신화를 만들어 국민을 감격시켜 왔다.

코트디부아르 로랑 그바그보 전 대통령이 최근 사례다. 2003년 마르쿠시 협약은 그바그보 대통령의 권력을 일부 제한할 것을 권고하였다. 그러나 그바그보 대통령은 이제 앙트레(전식)를 먹고 있다면서 주요리, 치즈 그리고 디저트를 먹을 때까지 조용히 내버려 달라며 이를 거부하였다.

지난해 11월 그바그보 대통령은 대선에서 패배하였다. 그러나 그는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있다. 아직 식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사 도중 내란이 터질까 봐 세계는 우려하고 있다. 그럴수록 그바그보 전 대통령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새로운 원조를 기다린다.

아프리카 대륙의 집권층은 국가 정체성을 대외 의존이라는 축에 맞추고 때로는 외부 세력과 협조하고 때로는 저항하면서 자신의 속셈을 차려 왔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1968년 김신조 사건 이후 1980년대 아웅산 폭파사건과 KAL기 폭파사건을 거치면서 많은 원조를 획득하는 성과를 올렸고 선군 정치로 강성대국을 건설한다는 제3의 길을 택하였다. 3대에 걸쳐 포식하고 있고, 최근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세계의 이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목을 받으면 막대한 원조가 굴러들어 온다는 역사적 진리(?)가 이번에는 통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는 아프리카 대륙이 우주가 진화해 가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언급했다. 아프리카 집권층이나 북한이 지난 반세기 동안의 실정을 호도하기 위하여 만든 각종 신화를 청산하지 않는 한 걸림돌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원조 효과 제고를 위한 제4차 고위급 국제회의가 열린다. 이 회의가 아프리카 대륙과 북한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찾아 진화하는 진정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조원호 한국국제협력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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