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환경운동가 최열의 일탈과 주먹구구 회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31일 03시 00분


국내 대표적 환경운동가인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장학금으로 후원받은 돈 가운데 2억6000만 원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가 인정돼 1심 재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부동산개발사의 사업 추진에 협조해주고 1억3000만 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검찰이 기소한 나머지 3개 혐의는 무죄를 받았다. 검찰과 최 씨 측 모두 재판 결과에 불복해 항소하겠다고 하니 진실을 가리는 법정 다툼은 아직 완료되지 않은 셈이다.

최 씨는 1982년 국내 최초의 공해연구소를 설립해 환경운동을 시작했다. 그가 1993년 설립한 환경운동연합은 회원 8만 명으로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대표적인 환경단체로 자리 잡았다. 경제 개발에 매진하느라 상대적으로 환경 문제에 관심이 적었던 사회분위기에서 그가 환경운동의 씨앗을 뿌리고 가꾼 공로는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영향력이 커지면서 최 씨가 ‘정치운동’에까지 발을 디딘 것은 일탈(逸脫)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그는 2000년 국회의원 낙천·낙선운동에 주도세력으로 참여하면서 정치에 한쪽 발을 담갔다. 그가 전북 부안에서 주도한 극단적인 반핵운동은 국책사업인 방사성폐기물처분장 건설을 표류시켰다.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촛불시위에 참여한 것은 명백한 오류였다.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운동 세력의 정치화 좌경화는 시민운동의 순수성을 훼손하고 사회 갈등을 증폭시켰다.

최 씨는 업무상 횡령죄가 인정됨으로써 시민운동가로서의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다. 정부 보조금이든 기업과 시민의 후원금이든, 남의 돈으로 시민운동을 꾸려가는 사람이나 단체는 도덕성이 생명이다. 공금을 적합한 용도에 쓰고 회계 처리를 투명하게 해야 하는 것은 기본인데도 시민단체 가운데는 이런 원칙을 지키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최 씨 유죄와 관련해 “시민단체의 주먹구구식 회계 처리가 원인이 됐을 수 있다”는 재판부의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검찰이 광우병 시위가 끝난 직후 최 씨에 대한 수사를 시작해 ‘표적수사’라는 논란도 있었지만 대표적인 시민운동가에 대한 검증이라는 측면에서 국민의 관심을 끈 것도 사실이다. 다만 3개 혐의가 무죄로 나온 1심 재판 결과는 검찰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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