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구자룡]美서 자세 낮춘 후 주석의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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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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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1960년 대선 유세에서 “소련에 비해 미국의 힘은 떨어지고 있다. 공산주의가 점차 세계의 곳곳으로 파고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1979년 에즈라 보걸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일본, 세계의 No. 1’에서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하는 일본이 미국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하지만 소련과 일본은 미국에 도전할 적수가 되지 못했다.

올 들어 새 강적 중국에 대한 ‘적색경보 경고음’이 요란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5일 국정 연설에서 ‘스푸트니크 순간’이라는 말을 통해 미국이 맞고 있는 사태의 심각성을 언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957년 소련이 스푸트니크 인공위성을 먼저 쏘아 올려 충격을 주었지만 미국은 교육과 연구에 대한 투자와 창조적 혁신 등을 통해 극복했듯이 다시 미래의 승리를 위해 나아가자고 호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이튿날에는 위스콘신 주 매니터웍을 방문했다. 이곳은 1962년 소련이 쏘아 올린 4차 스푸트니크가 추락해 잔해가 떨어진 곳이다. ‘소련의 스푸트니크’는 그렇게 잔해로 추락했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살아 있는 스푸트니크’는 어떤 충격을 줄 것인가.

오바마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중국을 4차례 언급하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중국과 인도 같은 나라는 오직 자신의 변혁을 통해서만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위치에 설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우리는 과거 기초 설비가 최고였으나 지금은 많이 밀렸다. 인터넷은 한국, 고속도로와 철도 건설은 러시아와 유럽이 미국을 추월했고, 중국은 고속열차와 최신 공항이 미국을 앞섰다”.

국정 연설에 앞서 진행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는 미국 단일 패권시대가 끝나고 양국 체제 시대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 성격을 갖고 있다. 미국은 주요 국제 문제가 중국과의 협력 없이는 해결되기 어렵다며 양대 패권 시대를 선언했다.

하지만 미국은 후 주석의 방미 기간 중 인권 문제와 위안화 문제 등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집권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후 주석은 독재자’라고 했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중국이 국내총생산(GDP)이나 군사력에서 미국에 뒤지고, 미국이 중국에 추월될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는 만큼 중국을 아직 한 수 아래로 보거나 어깨를 견줄 만한 경쟁자로는 인정하지 않으려는 인상이 없지 않다.

25일 출판된 국제정세분석가 조지 프리드먼의 새 저서 ‘10년 후’는 미국이 앞으로 유럽이나 중국보다 더 강력해지고 영향력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격월간 포린 폴리시(FP) 최근호는 ‘늑대 소년 우화’가 중국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가장 적절한 비유가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소련과 일본은 늑대 소년의 외침과 달리 오지 않았지만 ‘중국은 진짜 늑대’라는 것.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을 쓴 마틴 자크 교수는 “중국인은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며 장기적으로 바라본다”고 말했다.

후 주석이 이번 미국 방문에서 중국의 인권 문제 등을 수긍하며 비교적 낮은 자세를 보인 속내를 알 수는 없다. 다만 미국과 원만한 관계를 통해 중국이 더욱 실력을 쌓은 후 미래 지도자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이번처럼 ‘훈계’를 할 수 있을지 두고 보겠다는 마음이 있지는 않을까.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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